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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때문에 지구촌이 비상이 걸렸다. 

이 바이러스는 엊그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이미 1976년 아프리카 수단과 자이레, 지금은 콩고로 바뀐 그 나라 근처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고열, 구토, 설사, 외출혈, 내출혈 등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갖고 있는데 치사율이 90%에 이른다고 하니 ‘죽음의 바이러스’인 셈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지금으로서는 백신이나 치료약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감염되면 죽는다고 봐야 하니 절망적이다.

지난 2003년 사스(SARS) 바이러스가 세계를 공포로 몰고 갈 때 전 세계적으로 9,000여명이 감염되어 800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1,450명 이상이 감염된 상황에서 사망자는 약 900여명 이라고 한다.

다른 전염병에 비해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는 있지만 다행인 것은 타액, 분비물, 혈액 등 체액과 직접 접촉할 경우에만 감염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항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여행자 옆에 앉는다고 해서 감염될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감염된 이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전염을 막을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미국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대부분 24시간 하늘길이면 못 가는 데가 없다.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이나 로스앤젤레스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을 통해 왕래하는 국제선 여행객이 하루 얼만데 무슨 방법으로 바이러스 침투를 막아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선 에볼라 창궐지역 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고 이미 해당지역을 여행하고 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예방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문제의 아프리카 서부지역으로 예정된 선교여행을 떠난다고 우기는 선교단체가 있어서 지탄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굿뉴스의료봉사회’란 단체인데 알고 보니 이는 구원파의 한 계열인 박옥수가 설립한 것으로, 박옥수 측 기쁜 소식 선교회에 속해 있는 단체라고 한다. 

기쁜소식선교회는 예장통합, 합동, 합신 등 주요 개신교 교단에서 이단 혹은 사이비로 규정한 집단이다.

가겠다고 우기는 사람들은 에볼라의 치사율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투철한 신앙심을 영웅적으로 과시하려는 숨은 의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염병에 “날 잡숴주소!”라고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들을 보고 하나님께서 온전한 신앙이라 인정해 주실지 모르겠다.

한국에선 가겠다고 난리인데 미국에선 그 곳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2명의 자국 환자를 조심조심 특별기로 모시고 왔다. 

라이베리아에서 2년 동안이나 의료선교활동을 벌이던 33살의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를 최첨단 방역 장치를 갖춘 특수 구급용 민항기에 태워 지난 2일 조지아주 도빈스 공군기지로 데리고 왔다. 

현재 에모리대학병원 내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로 이송돼 특별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브랜틀리 의사와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된 또 다른 한 사람은 자원봉사자이자 금년 60세의 여성 낸시 라이트볼. 

이들은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대표로 있는 기독교자선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을 통해 라이베리아 현지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펼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샌디에고에서 개발된 ‘지맵’이란 치료제를 현지에서 투여한 결과 브랜틀리의 증세가 크게 호전되어 미국으로 올 때 걸어서 비행기에 오르는 정도였다니 “옳거니!, 대박이다!” 이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박살내는 특효약이 될지도 모른다며 세계 의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원숭이 실험에만 성공한 단계였고 인간을 대상으로는 아직 실험을 해서 약효가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에 한가하게 실험에만 매달릴 여유가 없지 않은가?

의사 브랜틀리에게 지맵이란 치료약을 투여하려 하자 함께 봉사활동을 벌이던 60세의 낸시보다는 자기가 나이가 젊어 저항력이 비교적 낮은 낸시부터 투여하라고 양보했다고 전해지는 휴먼 스토리는 전염병이 창궐하여 목숨이 마치 풍전등화처럼 느껴지는 절망가운데 피어나는 눈물겨운 양보와 이웃사랑이었다.

그렇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람 잡는다고 금방 세상이 뒤집어 질 것처럼 두려워 할 일은 아니다. 
뉴스거리가 시원찮으면 매사를 숨넘어갈 듯 위기로 몰고 가는 언론플레이에 지레 겁먹을 이유도 없다. 

차분하게 정신 차리고 대처하면 된다. 

자신에게 내민 치료약을 동료에게 양보한 브랜틀리처럼.

전염병에 몸을 던져 일부러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 순교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의 ‘무대뽀’는 흥분할 가치도 없다. 지금 우리들의 ‘이머전시 콜’은 백신이 개발되어 공포의 아프리카에 희망의 소식이 전파되고 이미 에볼라에 감염되어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치료의 손길이 임하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미리 미리 겁부터 먹지 말고.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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