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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열리는 지난 6월 22일 주일, 한국 팀이 알제리란 나라에게 무참하게 깨지던 날, 많은 교회들은 예배시간까지 변경하며 "대~한민국"을 응원했건만 태극전사들아! 그렇게 우리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서럽지 않았다. 

류현진이 있었다. 

그 날 시무룩한 코리안들에게 그나마 희망은 류현진이었다. 

샌디에고 펫코팍 구장에서 열린 파드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으로 1실점,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시즌 9승을 쏘아 올린 것이다. 

“에라~ 축구가 아니면 야구로 즐거워하자.”

 그런데 같은 날 축구로 무너진 지구촌 코리안의 마음을 추슬러 준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1,000만 달러짜리 골프 천재 소녀' 미셀 위가 드디어 일을 내고 말았다. 

US 여자 오픈 골프대회에서 승리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몇 년 만의 일인가? 

금년 24살의 미셀이 프로전향 9년 만에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올랐으니 장한 일인가? 

그러니까 이날은 축구에서 한숨짓다 야구에서 박수치고 골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 반전의 날이 된 것이다. 

가능하면 언더파로 우승을 주지 않겠다고 벼른다는 난코스로 악명 높은 파인허스트에서 지지난주 US 오픈 남성 골프대회가 열린데 이어 같은 골프장 넘버2 코스에서 벌어진 제69회 여성 US 오픈 경기에서 미셸 위는 나흘합계 2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면서 마지막 날 4타를 줄이며 꽁무니를 맹추격해 오던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를 2타차로 따돌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2005년 프로로 전향, 투어 통산 4번째 타이틀이자 9년 만에 품에 안은 메이저 대회 우승컵이었다. 

72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챙긴 미셸 위는 이날 우승으로 상금랭킹도 1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그러나 한때 6언더파를 몰아치며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에는 1언더파로 곤두박질치는 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15번 홀까지 왔을 때 승리의 여신은 거의 미셸에게 기우는 것 같았으나 16번 홀에서 위기가 다가섰다.

여유 있는 우승을 눈앞에 둔 16번 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 앞 벙커와 러프 사이 깊숙한 곳에 빠지는 바람에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고 1벌 타를 받은 뒤 4번째 웨지 샷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핀에서 한참 벗어나 더블 보기로 겨우 홀을 벗어나야 했다.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단독선두 자리를 내주는 듯했지만 17번 홀(파3)에서 한 타를 줄이는 환상의 버디 샷이 성공할 줄이야!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8m의 그림 같은 버디에 성공, 혹시 모를 연장 결승전을 위해 연습장에서 칼(?)을 갈고 있던 스테이시 루이스를 누르고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결국은 16번 홀의 더블 보기를 17번 홀의 버디로 틀어막은 미셀 위의 정신력의 승리였다.
16번 홀 더블 보기는 재앙이었다. 

그러나 그 재앙에 발목이 잡혀 17번 홀에서 흔들렸다면 승리는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16번 홀을 잊고 17번 홀이 첫 홀이란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을 것이다. 

그게 적중한 것이었다.

우리도 더블 보기란 수많은 실패와 절망을 마주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돈 때문에 비롯되는 실패도 있지만 인격의 실패, 믿음의 실패, 관계의 실패 때문에 언플이어블이란 러프속에 빠져들 때가 수없이 많다.

 그 더블보기를 극복하는 아주 절박한 솔루션 하나는 금방 그 16번 홀의 실패를 잊는 것이다. 
정신을 클린업하여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17번 홀의 그림 같은 버디 퍼트는 '장렬하게' 다시 시작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행운이다.
나는 미셀 위를 만난 적이 없다. 

골프 채널에서만 만났다. 

다만 미셀위 같은 프로골퍼를 보면 '골프의 신’이라고 입이나 딱 벌리고 한 눈 파는 평범한 '100다마' 아저씨 골퍼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날 금년 24살의 이 프로골퍼에게서 배운 교훈 하나는 더블 보기를 빨리 잊어야 버디 퍼트의 승리가 뒤따른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천하가 부럽지 않은 선언문 하나가 있어 삶의 목적이 분명해 진다. 
고린도 후서 5장에서 가장 빛나는 말씀,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이전 것은 하나도 문제 삼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 안에 있기만 하면 무조건 새 것으로 인정해 주는 이 엄청난 매니페스토는 인류의 희망이요, 역사를 초월하는 구원의 초청장이다.
더블 보기 때문에 주저앉지 말자. 

그린을 공략하는 길에는 벙커도 있고 난데없이 3퍼트, 4퍼트란 실패도 다가선다. 

그러나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 이라고 우리의 허물과 죄를 클린업하여 17번 홀에 처음처럼 다시 세우시는 그 분 앞에 내가 정말 새 인생이란 자각만 가능하다면 8m보다도 더 긴 롱 퍼트가 성공하여 희망이란 버디를 쏘아 올릴 것 아닌가?

금년도 이제 반 토막이 사라졌다. 

지난 6개월간의 더블 보기를 잊고 남은 6개월을 성공의 버디 퍼트로 살아내기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피조물임을 떠올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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