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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 되면 백화점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메모리얼 데이 세일 경쟁에 돌입한다.
 
그렇다고 그 날이 할인 축하의 날은 아니다. 

언론들은 금년 메모리얼 연휴엔 캘리포니아에서 몇 백 만명이 자동차 여행을 떠날 것 같다고 추측기사를 쓴다. 

그렇다고 그날이 여행의 날은 아니다. 

햄버거를 구워 가든 파티를 열고 주말 골퍼들은 하루 더 여유를 갖고 어딘가로 골프 여행을 떠나고 낚시, 등산, 아웃렛 등등 그물 속에 갇혀 있던 물고기들이 물을 만나 숨가쁘게 흩어지듯 훨훨 떠나는 날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현충일은 그러라고 있는 날은 아니다. 

내가 연방 공무원도 아니고 국가 경축일 홍보 담당관은 아닐지라도 미국 시민으로서 할 말은 해 보자. 

아무리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가 이 나라의 연휴분위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현충일의 의미를 살펴보고 현관에 성조기라도 걸어놓고 그 성조기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한번쯤 복습(?)하는 현충일이라면 조금은 더 품위있는 코리언 아메리칸으로 격상되는 게 아닐까?

동네를 지나다 보면 가끔 일년 열두달 성조기를 게양해 놓은 집들을 보게 된다. 

“아니, 경축일도 아닌데 무슨 성조기? 이 집 또라이 아냐?” 

그렇게 한바가지 비웃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집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사정얘기를 들어보면 성조기가 그들에겐 그냥 펄럭이는 헝겊 조각이 아니다. 

애국심이고 자긍심이고 그리고 존경심이다.

성조기를 영어로는 ‘스타스 앤 스트라입스(Stars and Stripes)’라고 부른다는 사실, 현재 국기에 있는 50개의 별은 미 합중국을 구성하는 주를 상징한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는 기본이다.

별과 함께 그려진 13개의 줄무늬는 독립 당시의 13개 주를 뜻하고 주가 늘어날 때마다 별은 늘어났지만 줄무늬는 그냥 그대로 둔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국기의 적색 줄무늬는 미국의 어머니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을 뜻한다고 한다.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별은 하늘에서 따오고, 적색은 영국의 색에서, 백색 줄은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를 표시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조기는 현재까지 26번 변경되었고 가장 최근에 변경된 것은 1960년 하와이가 주로 승격되었을 때인데 그때부터 별은 50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성조기를 누가 제일 먼저 도안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벳시 로스(Betsy Ross)라는 필라델피아의 여자 재봉사가 제일 먼저 그렸다는 주장이 있다. 

그녀는 1777년 미국 독립 전쟁 중에 미국 정부를 위해 국기를 제작했는데 그 주장을 뒷받침해 줄 문서상의 증거자료가 부족했다고 한다. 

프랜시스 홉킨슨(Francis Hopkinson)가 국기를 설계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방 의회는 성조기를 제작한 최초의 인물이 누구라고 결의한 바가 없다. 

성조기를 한 때는 '올드 글로리'라고 부르기도 했고 미국 국기, 미국 국가를 통틀어 '스타 스팽글드 배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금년 현충일엔 이런 미국 성조기 공부라도 하고 지나가야 이 나라를 위해 전 세계 5대양 6대주에서 미국을 위해, 그리고 미국이 수호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장렬하게 죽어간 베테랑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을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경외심은 없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한 병사의 시체가 미국 본토에 도착하는 날 이른 새벽, 버지니아의 무슨 해군기지로 가서 성조기에 싸여 주검으로 돌아온 한 병사에게 경례를 하며 그를 영접하는 모습을 TV로 본적이 있다. 

내겐 오바마 대통령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귀환한 한 병사를 영접하던 대통령의 그 엄숙했던 모습이 바로 현충일을 맞이하는 미국 시민들의 마음가짐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나라를 상대로 너무 얻어내려고만 한다. 

이 나라는 우리의 자손들이 대대로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다. 

얻어내며 동시에 좀 아끼고 보호하고 내일을 위해 사과나무도 심어야 한다. 

이제는 기여하며 살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안되면 감사하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민 와서 우리가 누리며 살고 있는 자유의 분량을 따져보자. 노골적으로 차별을 당하며 장사하는데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는가? 

영어 못한다고 투표용지를 거부당한 적이 있는가? 

김치 냄새 난다고 베벌리 힐스에 집 사면 안된다고 겁주는 사람 있었는가? 

소수인종 교회니까 건축을 불허한다고 교회당 건축에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가? 

우리가 이 나라에서 누리는 자유, 평등, 기회, 번영을 감안해 본다면 자식들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품위 있는 나라 시민의 모습은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 나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몰장병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조기를 게양하며 현충일을 맞이하자.

현충일을 ‘메모리얼 데이’라고 한다. 

기념하고 기억하는 날이다.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Freedom is Not Free)’는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말이라도 다시 한번 메모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메모리얼 데이가 될 것 같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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