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연기를 주로 한 배우 김인권이 영화 ‘신이 보낸 사람’에서 사도(使徒)로 변신한다.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의 탈북을 돕는 철호 역이다.
그는 “출연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연기였기 때문이다.
촬영할 때는 몸과 마음이 계속 무거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봉이 될까’ 조마조마했다.
이제 마음이 놓인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3일 본사를 방문했다.
1998년‘송어’로 데뷔한 김인권은 그동안 영화 43편에 출연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2013)에서 가수지망생, ‘강철대오’(2012)에서는 중국집 배달부, ‘방가방가’(2010)에서 가짜 외국인 노동자 등을 맡아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1000만명 이상이 본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해운대’에서 뛰어난 연기로 주목 받았다.
아내, 세 딸과 함께 경기도 성남 분당 할렐루야교회에 출석 중이다.
-어떻게 이번 역할을 받아들이게 됐나.
“하나님이 등 떠미신 것 같다. 시나리오 받은 날 잠을 설쳤다.
‘내가 안 나가면 촬영이 안 되는 건 아닌가’ 걱정됐다. 무슨 일이든지 우리 뜻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촬영이나 개봉 모두 우리가 마음을 다 내려놓고 포기했을 때 기회가 왔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때가 있다.”
-고문 등 잔인한 장면이 많다.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고문 받는 연기를 하다 잠시 기절하기도 했다.
촬영할 때는 참 추웠다.
촬영지도 폐광촌이라 분위기가 스산했다.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북한 지하교회의 현실이 냉혹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든 것 같다.
어제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
비도 오고 잠시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북한 교회를 생각하니 내가 얼마나 편안하게 신앙생활 하고 있는지 얼마나 나태한지 반성이 됐다.
-시사회에서 우시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배우도 자기 영화 보고 많이 울기도 하나.
“나도 시사회에서 많이 울었다.
그 배우의 연기가 내 감정에서 끌어온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이 울 수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북한 지하교회 다큐멘터리 ‘아유레디’, 올해는 뮤지컬 ‘평양마리아’가 나온다.
북한의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근래 많다.
“아유레디의 허원 감독은 같은 대학 과 선배이고 평양마리아 정성산 감독은 과 동기다.
정 감독과는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나누는 사이다.
남북이 이산가족상봉을 논의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에 영화가 개봉되는 게 신기하다.
개봉 후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실지가 개인적 관전 포인트이다(미소).”
-여러 가지 사투리를 잘 구사하더라.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고 어릴 때 여기저기 오가며 자랐다.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셨다.
안정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고정된 캐릭터를 지킬 수 있다.
그런데 나처럼 떠돌며 지내는 곳이 바뀔 때마다 적응을 해야 하니까 다른 사람 눈치도 보고 남들 흉내 내는 능력도 발달한다.
남을 자꾸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나.
“중2 때 친구 따라 교회 갔다.
교회에서 문학의 밤에 성극을 많이 했다.
극본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도맡았다.
그래도 나는 못생겨서 배우 되는 건 꿈도 안 꿨다(웃음).
감독이 되려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지금도 솔직히 내가 영화배우 맞나 이런 생각 간혹 한다.”
-교회에서 사춘기를 보낸 것 같다.
“힘들 때 교회 예배당에서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목사님과 교회 선배 동기들이 좋은 친구가 돼 줬다.
지금도 목사님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때가 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나오나.
“바둑 영화 ‘신의 한수’는 촬영이 끝났다.
‘타짜2: 신의 손’도 올해 안에 나올 거다.
공교롭게도 신이 보낸 사람에 이어 모든 영화 제목에 ‘신’이 들어간다.
나는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아내와 세 딸까지 네 여자를 먹여 살리려면(크게 웃음).”
김인권은 잠시 대화 나누는 이에게도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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