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길 CBS 사장
나는 포크송을 참 좋아했다.
음악의 진실함이 묻어나는 포크송이 좋았고, 그것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첫 공연의 실패가 내게는 쓴 뿌리처럼 남아있는 채, 포크페스티벌을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재정이 워낙에 많이 드는 공연기획이다 보니 내 힘으로 기회를 만들기가 버겁기만 했다.
비록 공연을 기획할 만한 형편은 아니었으나, 주님은 때에 따라 일할 거리를 주셨고, 뮤지션들을 보내시어 앨범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셨다.
2010년 겨울, 심삼종의 앨범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이었다.
"용길아, 잘 지내지?"
오랜만에 대학의 같은 과 동기였던 오경환 기자가 전화해서 조선일보 경기북부 취재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파주시장이 뮤직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어 해. 한번 도전해 보는 게 어때? 원한다면 내가 추천해 볼게."
파주시와 함께 공연을 한다면,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기회였다.
나 혼자 힘으로는 아무래도 힘이 드니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파주시라면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도 남음직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직 공연 기획을 한다고 속단하기에는 일렀지만 기쁜 마음을 주셨고, 가야 할 길이 멀더라도 염려되지 않았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나는 오 기자의 소개로 파주시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 파주 시장이 제안한 것은 의외로 락페스티벌이었다.
'락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경기도 파주'와 '락'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파주시장에게 포크페스티벌에 대해 제안을 했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파주시에서 자유와 평화, 사랑과 자연을 얘기하는 <파주포크페스티벌>이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축제가 될 것 같았다.
북녘 땅이 내다보이는 임진각 누리공원에서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면 축제의 의미가 배가될 것이었다.
나는 제안서를 체출하기로 했다.
제안서를 준비하다 보니 파주시의 협조를 받아야 할 자료들이 있어서 시청을 찾아가면, 어쩐지 달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분명 파주시를 위해 새롭게 페스티벌 공연을 기획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업무 외에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는 게 아닌지 짐작했다.
우선 그들 앞에서 나를 낮추고 인내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머리를 조아리며 협조를 구하면서 설득했다.
더 낮아지고 더 섬기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기며, 여전히 내 안에 뽀족한 가시가 참 많다는 것도, 성화의 길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하셨다.
▲ 파주포크페스티벌
파주시에 포크페스티벌에 대한 가치와 의미가 전해졌는지 제안서는 통과되었고, 그 이듬해인 2011년 가을에<파주포크페스티벌> 첫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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