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도 
저 맹골수도 바다 속에서 불어오는 검붉은 슬픔이 
봄 바람을 타고 천왕봉을 넘고 북악산을 휘돌아 
설악으로 동해바다로 이 반도를 녹여내는구나 

바다 속의 아이들아 
그냥 앉아서 기다리라 했다고 
아직도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아 

우리들의 슬픔과 분노와 절망보다 큰 
바다 속 너희들의 침묵에 
우리들의 허위와 무책임의 죄가 
심장과 숨통을 조이는구나 
이 땅에 이룩한 반세기 
고속 성장 부패한 역사의 창자를 끊어내는구나 

우리를 용서하거라 
가만히 앉아 있으라 했다고 
앉아 있는 너희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어른들을 믿고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을 믿고 
기업인 경찰 군인을 믿고 
선생님 선장 성직자를 믿고 
법규를 믿고 지시를 믿어도 되는 
그런 나라 만들라 그러는구나 

그 맹골수도 찬 바다 속에서도 
여전히 말이 없는 우리의 아이들아 

이 땅 위에 산 자들의 
저마다 입마다 허망하게 내뱉는 
저 바벨의 부도난 낱말들이 듣기 싫어 그러는구나 
아, 우리의 아이들아 
가만히 앉아 있으랬다고 아직도 가만히 있는 아이들아 
말 좀 해보거라 

그래도 오열하는 너희들을 낳고서 기뻐하고 
오늘도 너희들을 보고 싶어 
기다리는 네 어머니 아버지가 있지 아니하니 
네 동무들 첫사랑도 있지 아니하니 
대답 좀 해보거라 
왜 말이 없느냐 

우리의 지은 죄가 너무 커서 그러는구나 
우리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러는구나 

1등보다 입신 출세보다 너희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이제는 아느냐고 아느냐고 그러는 것이냐 

아, 그래 우리의 아이들아 
이제라도 생명보다 귀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는 줄 알고 
살아가는 세상 만들라 그러는구나 

저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저 죽음이 두려워 배를 버리고 도망친 비겁한 
월수 100만 원짜리 알바 선원들 
다 늙은 월수 270만 원짜리 비루한 선장 목에 칼을 씌운다고 
다 될 일이 아닌 것이라고 
너희는 그들을 벌써 용서하였다고 말이 없는 것이냐 

그래, 우린들 그 자리에 그런 인생 살았다면 
어찌 했을까 돌아보라고 하는구나 

더 이상 어이없는 슬픈 노래를 그칠 
그날을 위하여 거짓된 혀를 자르고 
행함 없는 믿음을 장사 지내마 

우리의 아이들아 
우리를 용서하거라 
이제라도 이렇게 통곡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지 아니하냐 
우리들의 못 다 핀 꽃 같은 아이들아 
꿈같던 어린 시절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아 
그렇게 다시 볼 수는 없느냐 

아, 우리의 아이들아 
대답 없는 아이들아 
너희만은 천국 가야 한다. 

오호라! 
이런 맹골수도를 떠다니던 세월호 같은 나라가 아니라 
공부 못해도 일류대학 못 가도 내 새끼이고 
못 생겼어도 장애가 있어도 왕따가 없고 
등록금이 없고 명품이 없어도 꿀리지 않는 천국에서 
정신 없이 노느라 대답이 없느냐 

아, 우리들의 아이들아 
이미 햇빛보다 더 밝은 천국에서 
젖은 옷 말리고 천사들과 친구들과 이야기 꽃 피우느라 
대답이 없는 것이냐 
아, 우리의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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