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타로 신점…샤머니즘에 멍드는 콘텐츠 시장, 교회의 역할은?

 
콘텐츠 시장에 샤머니즘 콘텐츠 봇물, 
‘MZ 점술가’ 연애 리얼리티까지 등장
 
첫 장면부터 프로그램의 성격이 뚜렷이 드러난다. 
동굴처럼 으스스한 공간엔 출연진의 생년월일이 적힌 나무 조각 ‘운명패’가 걸려 있고 차례로 등장한 출연자들은 운명패를 보며 자신의 짝이 누구일지 가늠한다. 
오방기를 꺼내들거나 무령무당이 점을 칠 때 사용하는 방울)을 흔드는 이도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오프닝 장면이 끝나자 화면은 스튜디오로 전환되고, 진행자인 방송인 신동엽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의 용하다는 점술가들이 모여서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콘텐츠 시장 뒤흔드는 샤머니즘
지난달 18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SBS 신규 예능 ‘신들린 연애’다. 방송가에 넘쳐나는 선남선녀의 연애 버라이어티를 표방했지만 진행자의 말마따나 출연자의 정체는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역술가, 무당, 퇴마사, 타로 마스터 등 ‘MZ 점술가’ 8명이 출연한다. 
프로그램은 티저 영상이 공개됐을 때부터 화제였는데 “누가 촉이 좋을 거 같아요”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한 출연자는 이렇게 답했다.
 “무당이 제일 좋죠. 신을 모시니까. 솔직히 인간이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잖아.”
시청률 조사 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방송과 동시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지난달 25일 방영된 2회의 경우 20~49세 시청률 동시간대 1위(1.2%, 수도권 가구 기준)에 올랐다. 
유튜브에서는 출연자들의 과거 이력을 담은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홈페이지엔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사주 풀이를 해주는 코너까지 만들어졌다.
문제는 무당이나 귀신 등을 소재로 삼는 샤머니즘 콘텐츠가 대중문화계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는 소재인 탓에 샤머니즘 콘텐츠는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얼마간 거리를 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샤머니즘을 뼈대로 삼는 ‘K-콘텐츠’는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파묘’는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티빙은 오는 11일 무속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을 공개한다.
 무속인이 된 연예인들을 내세운 콘텐츠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방송 등에서 다루는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특히 샤머니즘 콘텐츠는 자극성 때문에 대중이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그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독 청년도 사주나 타로에 관심
사주나 타로 등은 이미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독 청년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19~34세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해 1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른 종교 경험’을 묻는 말에 ‘점 사주 타로’라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에 육박하는 45.4%나 됐다. 
1위를 기록한 ‘명상이나 요가’(45.7%)와도 큰 차이가 없었다.
당시 조사 내용을 분석한 이민형 성결대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주나 타로 등에 관심을 갖는 기독 청년을 비판만 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들이 왜 이런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지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주나 타로 등은 젊은 세대의 문화가 됐다. 교회를 다니는 많은 젊은이가 사주나 타로 등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년층 크리스천들로선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불편한 감정만 드러내면 세대 갈등만 키울 것”이라며 “젊은 세대를 꾸짖기보다는 자신에게 쌓인 삶의 경험이나 신앙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다른 차원의 위로와 격려를 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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