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반년만에 헤어졌다가… 20일 강원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쪽 이순규 씨(85·오른쪽)가 전쟁 와중에 북쪽으로 끌려간 남편 오인세 씨(83·왼쪽)와 감격의 상봉을 하고 있다. 이들은 1949년 결혼했지만 6개월 만인 이듬해 오 씨가 6·25전쟁 때 북한 인민군에 끌려가면서 65년간 만나지 못했다. 결혼 직후 남편과 헤어진 이 씨는 아들 오장균 씨(65·가운데)를 홀로 키웠다. `
“전쟁 때문에 그래.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전쟁으로 인해서 우리가, 우리나라 정책이 말이야….”
북한의 남편 오인세 씨(83)는 65년 전 결혼 여섯 달 만에 헤어진 한국의 부인 이순규 씨(85)의 손을 꼭 잡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마워…”라고 말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헤어져 살던 노부부.
서로 만난 기쁨에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오 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 씨에게 감자칩을 건네자 이 씨는 수줍은 표정으로 입을 내밀었다.
이내 이 씨가 오 씨에게 감자칩을 건넸다.
그러자 오 씨도 웃으며 받아먹었다.
백발의 노부부는 65년 전인 1950년 6월 헤어지기 직전의 애틋한 신혼부부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북한의 아버지 손권근 씨(83)는 한 살 때 헤어진 한국의 아들 손종운 씨(67)를 만나 꽉 껴안았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동안 목이 멘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6·25전쟁이 갈라놓은 65년 시간의 편린이 부부와 부자(父子) 앞에 서럽게 흩어졌다.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 마련된 상봉장은 길고 긴 세월을 견뎌낸 가족들의 눈물과 환희 속에 녹아들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대부분의 이산가족은 기약 없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북한의 이산가족이 한국의 가족을 찾은 이번 상봉행사(20∼22일)에 참석한 96가족 가운데 부부, 부자, 부녀 등 직계가족의 만남은 다섯 가족에 불과했다.
한국의 가족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는 24∼26일 행사에는 90가족 중 직계가족은 15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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