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십자가를 만들어 나눠주는 안박순 장로.
안박순(72·강원도 춘천 성암교회) 장로가 십자가와 사랑에 빠진 건 10년 전부터다.
2005년 8월 경기도 양주 감리교연수원에서 진행된 영성 프로그램 ‘엠마오 가는 길’에 참가한 게 사랑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기도와 묵상을 반복하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형 십자가 아래 앉아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창 기도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게 십자가는 무슨 의미일까.’ 답은 간단했습니다. 사랑 헌신 희생…. 십자가에는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더라고요.”
그는 십자가에 담긴 숭고한 뜻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 그해 11월 십자가 제작에 뛰어들었다.
목공에는 젬병이었지만 주야장천 십자가 만들기에 몰두하며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십자가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최근 춘천 자택에서 만난 안 장로는 “십자가를 만들지 않았다면 나의 노년은 너무 무료했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1만개 십자가에
담긴 사랑
안 장로의 집은 춘천의 한갓진 시골동네인 동내면에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원두막 형태로 지은 공방(工房)이 눈에 들어왔다.
십자가 제작에 쓰이는 나무들과 톱 망치 그라인더 같은 목공 도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공방 구석에는 작업할 때 무료함을 달래주는 작은 벽돌 크기의 라디오가 놓여 있었다.
안 장로는 “지난 10년간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십자가가 1만개는 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감리교연수원 수료생이나 해외 선교사 등에게 선물한 십자가 목걸이가 1만개 중 7000여개는 된다”면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십자가를 선물하며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안 장로는 그러면서 자신이 언급한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줬다.
목걸이에 걸린 십자가는 노간주나무로 만든, 7㎝ 크기의 십자가로 투박하면서도 정갈한 작품이었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물(聖物)이지 않습니까.
그런 물건인 만큼 십자가를 돈 받고 팔았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십자가 장사’를 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되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십자가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면서 살 겁니다.”
안 장로는 십자가 재목(材木)으로 산에 방치돼 있는 버려진 나무만 사용한다.
직접 산에 올라 재목을 구하지만 지인들이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그는 “버려진 나무로 십자가를 만드니 내 작품 중에는 뒤틀리거나 상처투성이인 십자가가 많다”고 전했다.
“능력이 부족해도 하나님 앞에 서면 우리는 누구나 귀한 사람이 됩니다.
버려진 나무로 십자가를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쓸모없던 나무가 귀한 십자가로 거듭나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지요.”
▲ 안박순 장로가 제작한 십자가.
◇십자가 통해 깨달은
‘섬김’
안 장로는 스물다섯 살 때 처음 교회에 나갔다.
크리스천 여성과 맞선을 본 뒤 호기심이 발동해 성암교회에 출석한 게 신앙생활의 시작이었다.
젊은 시절 회사 경비원으로, 어린이집 차량 기사로 일하며 돈을 버는 와중에도 신앙생활을 게을리한 적은 없었다.
“20대 때부터 주님을 모시는 게 즐겁고 뿌듯했습니다. 성암교회 한 곳만 섬기며 살아왔어요.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니까 성도들도 저를 인정해주더군요. 겨우 마흔 살 때 장로가 됐으니까요.”
40년 넘게 신앙생활을 했지만 십자가 만들기는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바로 ‘섬김’의 가치였다.
그는 “십자가를 만들면서 주님이 걸어가신 길을 자주 생각하곤 했다”며 “지난 10년은 나를 낮추고 남을 섬기는 정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안 장로는 10년간 십자가 제작에 매진했지만 전시회를 연 건 한 번밖에 없다.
그는 2012년 6월 춘천의 한 갤러리에서 십자가 작품 50여점을 내건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회를 다시 열 계획이 있는지 묻자 안 장로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저의 십자가들이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전시회를 가질 수도 있겠죠. 작가로서의 포부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묵묵히 십자가를 만들며 살 생각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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