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역 광장에 설치된 손수레 앞에 행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손수레 위로는 ‘진심으로 사랑하며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손수레 뒤에서는 김병진(48·송도 하늘꿈선두교회) 목사가 분주하게 붕어빵을 만들고 있었다.
팔에는 토시, 손에는 두꺼운 면장갑을 끼고 주걱과 꼬챙이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붕어빵 장수였다.
순식간에 3∼4개의 붕어빵이 구워져 쟁반 위에 올라왔다.
줄 서서 붕어빵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작은 종이컵에 담긴 어묵이 전해졌다.
시린 손을 따듯한 종이컵에 녹이며 차례를 기다리던 이들은 붕어빵을 하나씩 받아 들고, 웃음을 지었다.
뜻밖에 붕어빵을 선물받은 김귀선(80·여)씨는 “버스에서 내렸을 때 너무 추웠는데, 어묵 국물을 마시고 나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며 “목사님들이 깜짝 선물을 해 주셔서 아침부터 참 좋다”고 말했다.
부평역 앞 작은 나눔을 실천한 목회자들은 ‘한 달에 하루 노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섬기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1/30(30분의 1) 운동본부' 회원들이다.
최영섭(56·인천 마을안교회) 목사와 뜻을 함께 한 5명의 목회자가 2008년 8월 이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인천과 경기 지역 목회자 16명이 동참하고 있다.
이날 봉사에는 8명의 목회자가 함께 했다.
‘1/30 운동본부’ 소속 목회자들은 매월 한 차례, 주로 월요일에 수도권 매립지와 산업공단 등 일용 노동이 가능한 곳에서 일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는다.
하루 3만∼6만원의 일당은 모두 모아 연간 두 차례 봉사 활동을 통해 이웃과 나눈다.
지난 6년간 호떡이나 붕어빵을 굽는 장비를 빌려 부평역이나 서울 영등포 지역의 쪽방촌 등을 찾아왔다.
회장 최영섭 목사는 “한 세대만 지나도 한국교회 성도가 300만명으로 줄어들 수 있는, 마치 한밤중에 부엌에서 가스가 새어나오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잠만 자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목회자들의 자성과 섬김이 있어야만 한국교회가 깨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회복”이라며 “우리처럼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한밤중 어린아이처럼 깨어서 식구들을 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붕어빵 봉사로 올해 모임을 시작한 1/30운동본부는 다음 달 초 올해의 첫 ‘노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취지에 공감하는 타 지역 목회자들도 동참하겠다고 밝혀 목회자들의 자성과 섬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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