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路傍)전도는 한국교회 부흥을 이끈 견인차로 꼽히며 ‘한국형 전도’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돼 왔다.
노방전도란 도로변, 지하철 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기독교 선교활동을 일컫는다.
기독교가 한국에 유입된 초기부터 한국교회가 급속히 성장한 70∼80년대까지 많은 교회들이 다수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노방전도를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면서 교계에서 노방전도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지나친 전도 방식은 자제하고 전도 대상자를 배려해야 한다”며 전도 방법의 변화를 촉구하고, 다른 쪽에선 “복음 전파를 위해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구령(救靈)의 열정’을 보여준다는 의견과 함께 오히려 ‘전도의 걸림돌’이 된다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노방전도. 한국교회 성도와 목회자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렇다면 모범 답안은 있는가.
길 잃은 양 찾기 위해 사명대로 외칠 뿐
노방전도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대개 불편한 편이다.
지난해 8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이용객 19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만족도 설문에 따르면 전동차 내 무질서 행위 중 가장 불편한 요소는 ‘종교전도(33%)’였다.
이는 취객(27%)보다 높은 수치로 지하철 노방전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시민들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도 노방전도자는 거리 곳곳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전도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비가 내리는 서울 명동거리에서 만난 김원경(56) 엘림선교회 전도사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메고 소형 스피커로 성경 말씀을 읽으며 전도를 했다.
1990년부터 노방전도를 해 왔다는 김 전도사는 주변 상인들이나 시민에게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이크 소리를 줄이고 자극적인 문구사용을 자제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멋모르고 대형 스피커를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여러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이러면 덕이 안 된다’ 해서 목에 거는 소형 스피커로 음량을 조절하며 복음을 전한다.
천막과 플래카드로도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에 큰 소리를 내며 전도하는 방식은 점차 지양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 전도사 역시 노방전도에 대한 교계 안팎의 부정적 여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노방전도자들이 폭력배나 노숙인으로부터 적지 않게 위협을 받으며, 경범죄로 처벌받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돈으로 노방전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교회는 자신을 이단시한다며 서운해했다.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 전도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질문엔 “전도자는 ‘미친 자’로 듣든지 아니 듣든지 전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무엇보다 노방전도를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며 심지어 전도의 걸림돌로까지 여기는 시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도사는 “노방전도가 오히려 방해된다고 하는 교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길 잃은 양을 방관하는 ‘벙어리 개’나 다름없다”며 “우리는 사명을 감당키 위해 나온 것뿐이다. 생명의 위협을 받고 감옥에 간다 해도 계속 영혼 구원을 외칠 것”이라 말했다.
전도는 습관, 노방전도로 훈련해야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노방전도를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1대 1 전도인 관계전도가 비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더 효과적이나 노방전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노방전도가 가진 적극적인 태도는 본받되 때와 장소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23년간 그리스 선교사로 사역하다 2년 전 교회를 개척한 손영삼 예수의교회 목사는 성도와 함께 음료와 간식, 전도지 등을 전달하며 매주 1회 노방전도에 나선다.
노방전도에 익숙해져야 가족과 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손 목사는 관계전도에 앞서 노방전도를 경험해 복음을 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담력을 가지고 노방전도에 나선 이들이 주변 이웃과 가족을 전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자신 있게 복음을 전한 이들이 관계전도도 열심인 것”이라며 “착한 행실로 전도해야 한다는 것도 틀린 건 아니나 입으로 전하는 것 또한 중요하므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방전도를 시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나님 자녀로서의 삶 보이는 것도 중요
신학자들은 노방전도가 성경적이나, 시대에 맞게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는 “복음은 그야말로 ‘복된 소리’로 들으면 기쁜 소식이어야 하는데 이를 듣고 오히려 기분이 나쁘고 일반 정서에 반하는 느낌이 든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전도는 세상이 하나님과 직면토록 하는 것으로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해야 한다”고 했다.
강성영 한신대 교수 역시 복음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노방전도로 한국교회가 성장한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회의 신뢰도가 추락한 때 떠들썩한 방식은 오히려 반감을 일으킨다”며 “그런 열정을 말이 아닌 착한 행실로, 약자를 섬기는데 쓴다면 더 많은 이들을 교회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방전도보다 관계전도가 더 성경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병관 총신대 교수는 “예수께서 마리아와 니고데모에게 다른 방식으로 전도했고, 바울도 유대인 모임인 회당을 기반으로 이방인에 복음을 전했듯 ‘수용자 지향적’인 관계전도가 더 성경적 전도법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서로 관계를 맺기 어려운 현대인의 특성상 노방전도는 관계전도의 좋은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가 될 수 있으나 실제 전도로 이어지긴 어렵다”며 “지상명령을 비롯한 성경의 모든 구원사역은 인간과의 협력사업이므로 우리가 하나님 백성처럼 살 때 복음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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