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교회 □□□에 뜨겁다

성장의 열매 맺는 교회 공동체, 다음세대 사역 위한 비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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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계 3:16, 새번역) 미지근한 음식은 삼키기에 알맞고 위에 부담도 없다. 그런데 왜 성경은 뱉어 버리겠다고 했을까. 사도 요한은 라오디게아교회 성도들의 미지근한 신앙이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의 교회는 얼마나 다를까. 복음의 진리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세속화 물결에 편승하거나 ‘편한’ 예배만을 추구하고 성경 말씀은 한낱 신자들의 심리적 위안을 주는 안정제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가운데 복음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래디컬한 신앙을 추구하는 교회들은 낯설지만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안정된 교회에 대한 멸종 경고

서울김포영광교회(박영민 목사)는 뜨거운 교회다. 이 교회는 매 주일 3시간에 걸쳐 예배를 진행한다. 지난 25일 주일예배에도 전국에서 모인 1000여명의 성도로 예배당이 가득 찼다. 설교만 1시간 30분 넘게 이어졌고 기도 시간도 길었다. 이 같은 뜨거움은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 매일 7시간의 기도회와 수요예배, 금요철야기도회를 통해 교인들의 헌신을 끌어내고 있다. 박영민 목사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상의 흐름에 끌려가는 교회가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회의 온라인 예배에는 회차마다 약 5000명이 참여하며 전국적인 영향력을 보인다.

 

편안함 대신 깊은 영적 체험과 헌신을 요구하는 교회들이 성장하는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캐나다 코넥서스교회 원로목사인 캐리 뉴호프는 최근 발표한 ‘2024년을 흔들 7가지 교회 트렌드’ 보고서에서 “안정된 교회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교회 성장과 쇠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변화하지 않는 교회는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과격하고 급진적이라는 뜻의 ‘래디컬’한 교회를 추구하며 교회의 본질적인 측면을 더욱 갈망한다고 전했다.

 

뉴호프 목사는 교회가 미래 세대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교회가 과거의 방식만 고수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축소할 뿐 아니라 소멸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정현 청암교회 목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호프 목사의 글을 인용하며 “교회가 다음세대를 위해 래디컬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의 변화는 필수적이며 MZ세대, 즉 20~40대가 교회의 핵심 세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전남 목포사랑의교회(백동조 목사)는 뜨겁게 타오르는 신앙을 미래 세대에게 전수하는 교회다. 이 교회는 미래 세대에게 편안하고 쉬운 신앙생활 대신 헌신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교회 성장까지 이뤄냈다. 주일 저녁에 진행되는 세대통합 예배는 교회의 활력을 배가시키는 핵심 사역이다.

 

목포사랑의교회는 유년부 중고등부 청년부가 돌아가며 찬양 인도를 맡는 방식으로 주일 저녁예배를 세대통합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찬양 인도를 맡으면 부모들이 더 열심히 참석하게 되고 이는 교회 전체의 신앙을 깊게 만드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이 교회 조일휘 동사목사는 “우리 교회는 39년간 주일 저녁에 세대통합 예배를 드려왔다”며 “이 시간이 교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세대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홍대 앞에서 개척해 7년 만에 440여명의 교인으로 성장한 뉴송교회(남빈 목사)도 젊은이들의 신앙적 열정이 남다르다. 남빈 목사는 뉴송교회의 성장을 복음의 본질을 강조하는 사역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남 목사는 “홍대 중심에 있는 우리 교회는 복음과 제자화에 대한 본질을 강조하고 있다. 청년들이 인생의 확신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뉴송교회의 또 다른 특징은 셀(소그룹)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현재 뉴송교회에는 95개의 셀이 있으며 이 셀들은 교회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 목사는 “복음을 경험한 사람이 직접 교회가 돼, 주변 영혼을 전도해 셀을 개척한다”며 “미지근한 태도로는 셀을 세울 수 없으며 교인 스스로 신앙적 확신과 열정을 가졌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충남 아산 주안교회(엄명섭 목사)는 냉철하고 세밀한 신앙 훈련으로 성도들을 양육하는 교회다. 이 교회는 말씀 중심의 교육과 강력한 멤버십 제도를 통해 교인들의 신앙을 단단히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안교회는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서 교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엄명섭 목사는 “모든 성도가 말씀 안에서 자라야 한다”며 철저한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주안교회는 방문자 교육부터 정회원 승인까지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교인들이 올바른 신앙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매섭고 엄격한 기준은 교인들이 흔들림 없이 복음의 본질을 지키도록 돕는다.

 

윤은성 프레시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한국에도 색채가 확실한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다”며 “복음과 본질에 집중하는 교회들이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한국교회가 어중간한 태도로 문화적 중립지대를 형성하려 하면서 교회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희미해지는 부작용도 보였다”면서 “원색적인 복음의 강조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이런 교회들이 무례한 것도 아니다. 캠퍼스나 직장, 주변 사람들에게 예수가 답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말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도 래디컬이 대세

 

래디컬한 신앙 모델은 미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상훈 AEU대 총장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교회보다 복음과 본질에 충실한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자이크교회(Mosaic Church), 록하버교회(Rockharbor Church), 소마공동체(Soma Community)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캘리포니아주 LA의 모자이크교회는 현대 문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하며 창의성과 영성을 통합한 예배 방식을 추구한다. ‘믿음으로 살고 사랑으로 알려지며 세계에 희망의 목소리가 된다’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코스타메사에 위치한 록하버교회는 깊은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멀티미디어와 다양한 예배 방식을 통해 교인들에게 깊은 헌신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소마 공동체는 ‘미셔널 커뮤니티’를 통해 신앙생활을 실천한다. 교인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작은 그룹을 통해 복음 전파에 힘쓴다.

 

이 총장은 “이 교회들은 전통적인 형식이나 편안함을 뛰어넘어 신앙의 본질과 공동체성을 강조한다”며 “이들은 단순히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강력한 영적 체험을 제공하며 교인들이 복음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도록 도전하는 것도 특징”이라며 “미셔널 커뮤니티나 소그룹 활동을 통해 교인들이 서로 깊이 연결되도록 하면서 복음 전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선교학) 교수는 “젊은 세대 사이에 영적인 깊이를 추구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서구의 경우 영적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기독교적 영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은 극우화된 복음주의로 왜곡될 위험도 있다”면서 “그러나 정치 이념화된 교회는 철저히 외면받을 것이다. 기독교는 영혼 구원과 삶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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