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과 노른자위 부동산, 대중의 칭송을 받는 명예와 막강한 권력. 소위 많은 이들이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이자 자기 손에서 내려놓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귀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성경엔 그 가정문을 처절하고 눈물겹게 그려낸 서사가 있다.
100세에 이르러 얻은 목숨보다 귀한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했던 아브라함 이야기다.
잠결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음성을 듣고 깨어난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말한다. “모리아 땅으로 가서 너의 외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쳐라.”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나님의 마음’(His only son·포스터)은 그렇게 서사의 문을 연다.
영화는 ‘그토록 충성된 일꾼인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왜 약속의 성취를 미루는 것일까’ ‘숱한 제물 가운데 왜 하필 아들 이삭을 바치라고 한 것일까’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며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과 결단을 펼쳐 놓는다. 아브라함과 이삭 이야기는 노아의 방주, 홍해의 갈라짐만큼이나 대중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데이비드 헬링 감독이 준비해 둔 극적 장치들은 익숙함이 지루함으로 흐르지 않도록 절묘하게 작동한다.
그중 하나는 모리아 땅으로 향하는 사흘간의 여정 가운데 아브라함의 고뇌가 극에 달할 때마다 ‘플래시백(과거의 회상을 장면으로 보여주는 기법)’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힘겨워할 땐 큰 민족을 이루고 이름을 창대케 하리라는 언약을 받아드는 장면으로 시선을 옮긴다.
영화는 성경에서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던 사라와 아브라함의 대화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공감을 극대화해 새로움을 더한다. 수십 년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순종했지만 비옥한 땅을 소유하지도, 출산의 기쁨을 얻지도 못한 사라는 자신을 ‘뙤약볕에 마른 씨앗’이라 일컬으며 한탄한다.
이는 소명(task)으로 주어졌지만 시험(test)으로 받아들이는 크리스천의 일상적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기도하며 준비했지만 이사한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 불임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서, 자녀의 성적이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아 갈등하는 이 시대 부부 갈등이 겹치는 이유다.
이 영화가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들이 경험한 비틀어지고 왜곡된 ‘하나님의 마음’을 본질 그대로의 모습으로 경험하게 해줄 작품이라는 점도 반갑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CGV에서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서 조현기 필름포럼 수석프로그래머는 “‘더 글로리’를 통해 용서와 구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확산되고, 기독교 본질과 동떨어진 빌런 캐릭터가 대중들로 하여금 크리스천을 비상식적 인간으로 낙인찍는 시기를 겪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교회 내 부정성을 끄집어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현상을 나쁘다고만 치부할 게 아니라 이런 현실 속에서도 기독교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선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만나는 장면이 6차례 등장한다. 웅장함이 느껴지는 영화 속 하나님과의 만남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희망이 곤두박질칠 때 그 장면을 되뇌며 주님께서 주신 희망을 놓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면 영화가 주는 감동보다 더 큰 선물을 얻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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