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메고 7만㎞ 평생 순례자의 유언은 “한 영혼 구원에 동참을”

‘거리 전도사’ 아서 블레시트 별세

 

15_십자가.jpg

▲미국 전도사인 아서 블레시트가 2013년 4월 ‘가장 긴 순례’ 세계 기네스북을 세우고 기록 등재를 위해 나무 십자가를 멘 채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지상에서의 임무를 완료하고 천국으로 떠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한 영혼이라도 구원받도록 인도하는 겁니다.”

커다란 십자가를 메고 세계 324개국을 돌며 56년간 복음을 직접 전한 미국의 거리 전도사 아서 블레시트가 지난 14일(현지시간)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내 장례식이나 추모식에 참석하는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영혼 구원에 동참해 달라’며 그가 남긴 마지막 당부는 많은 기독교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의 십자가 여정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미시시피주의 미시시피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의 골든게이트 침례교신학교(현 게이트웨이신학교)를 다니던 중 거리 설교에 관심을 두게 된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12피트(약 366㎝) 높이의 나무 십자가를 메고 미국을 횡단하는 전도 여행을 처음 시작했다. 

1971년 5월엔 영국의 북아일랜드로 첫 해외 전도 여행을 떠났다. 

당시 가톨릭과 개신교 간 분쟁이 있던 때라 그는 영국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 

십자가 순례 중 체포되거나 십자가를 빼앗기는 등 수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그의 전도 열정을 멈추지 못했다.

2023년까지 블레시트가 복음 전파를 위해 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4만3340마일(약 6만9749㎞)에 달한다. 

그가 처음 짊어진 십자가는 50㎏이었다. 

이후 항공기에 실으려고 무게를 절반 이하로 줄였지만 결코 가볍진 않았다. 

800㎞ 정도 걸을 때마다 밑창이 닳아버린 신발을 갈아신어야 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4월엔 ‘세계에서 가장 긴 순례’ 기록(6만4752㎞)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평소 “저는 십자가와 예수님을 들어 올리는 나귀이자 순례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의 여정은 길이만큼 일화도 많다. 264대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빌리 그레이엄 목사 등 유명 종교 지도자를 만났을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초엔 기독교와 무슬림 간 분쟁으로 황폐해진 레바논에서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수장인 야세르 아라파트와 깜짝 만남을 갖기도 했다. 

북한으로도 전도 여행을 간 적 있다. 블레시트는 이후 자서전에서 “(북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았지만 호텔 밖 주요 도로에 십자가를 들고 다녔다”는 후일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 여러 기독교 매체는 물론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거리 전도를 위해 평생을 바친 블레시트의 생애를 다루는 기사를 통해 그를 추모했다.

미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