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나눔 앞장 서울 산정현교회 지난해 1만장 이어 2만5000장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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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선 서울 산정현교회 목사가 6일 서울 서초구의 교회 옥상 정원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면서 연탄이 필요한 이웃에게 관심을 갖자고 말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 주변에는 고급 빌라들이 즐비하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일이 없을 것만 같지만 교회는 오래전부터 이웃을 섬기는 일에 앞장서 왔다. 

김관선 목사는 6일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면서 "이런 동네에도 돌봐야 할 이웃이 있고 교회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그분들은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회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수시로 노숙인을 위해 음식 대접을 했고 독거노인 가정 심방도 꾸준히 했다. 

27년 동안 이런 일을 한 교회는 지난달 '서울특별시 봉사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봉사와 나눔에 앞장섰던 교회가 최근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2만5000장의 연탄을 후원했다. 

지난해 1만장 후원에 이어 두 번째다. 

산정현교회는 해마다 연탄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서울에도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마저도 연탄을 살 수 없어 겨울을 춥게 보내야 하는 이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연탄 후원을 하게 됐다"며 "교회가 전한 작은 사랑을 통해 훈훈한 겨울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탄을 후원하면서 김 목사는 자신이 주필로 있는 한 신문에 이런 내용의 칼럼을 썼다. 

'연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값싼 연료인 연탄, 그 원료를 캐내는 곳을 '막장'이라고 하던가. 인간의 가장 고통스러운 노동의 대가로 활활 타는 그 불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니 아이러니하다"면서 "연탄처럼 탈 대로 다 타고 하얀 재를 내주는 것이 사랑이거늘. 주님께서 그렇게 다 태워 재가 되도록 나를 사랑하셨는데 이 겨울에 나도 탈 대로 다 타는 사랑이고 싶다"고 고백했다.

1906년 설립한 평양 산정현교회는 주기철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다. 

1936년 이 교회에 부임한 주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투옥된 뒤 복역 중 순교했다. 

현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민족 지도자 조만식 장로와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도 이 교회 출신이다. 

교회는 6·25전쟁 중 피난 과정에서 부산 서울 등 모두 네 곳으로 흩어졌다. 

이들 산정현교회는 2006년 설립 100주년을 맞아 공동 100년사를 출판하는 등 형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순교자를 배출한 교회답게 교인들에게는 바른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참된 예배는 예배당 문을 나서면서 시작된다"며 "바로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살며 이웃을 위해 선한 일을 하는지가 참된 예배자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로 연탄 후원과 봉사자가 모두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모든 교회가 형편에 맞게 연탄을 후원해 추위에 떠는 이들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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