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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독서 / 김형석 지음/ 비전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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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영원한 삶을 살게 해준다는 말은 과장이며 거짓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도록 이끌어준다는 말은 결코 과장도, 거짓도 아니다."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신간 '백년의 독서'에서 전한 삶을 풍요롭게 사는 비결이다. 

나이에 비해 젊은 외모와 생각, 건강도 독서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14세에 독서를 시작한 이래 지금껏 독서가 내게 젊음과 꿈을 계속 안겨준다는 사실에 한없는 감사를 느낀다"는 게 저자의 고백이다. 

책에는 100세 어르신도 20대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은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저자의 '독서 편력기'다. 

1995년 출간된 '망치들고 철학하는 사람들'의 개정판으로 평양 숭실중학교 재학 시절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접하면서 시작된 저자의 독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민족의 질곡과 아울러 국내외 문인과 중세 신학자, 서양 철학자와 역사가의 작품으로 옮겨가는 독서 경향도 흥미진진하다.

그에게 있어 책은 인생의 고비를 넘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 메마른 현실을 감성으로 적셔주는 단비 역할도 했다. 

'전쟁과 평화'를 읽으면서는 갑자기 어른이 된 것처럼 부쩍 성장한 자신을 느끼고, 같은 작가의 '안나 카레니나'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을 읽으며 문학의 예술성을 체감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과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쇠렌 키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그의 사상과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신학자의 저서로 신앙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적었다. 

다만 신학자 폴 틸리히와 루돌프 불트만, 라인홀트 니부어의 책은 신앙인에게 추천했다. 

이들은 "신학을 위한 신학이 아닌 인간의 역사와 사회 문제, 철학 과제를 그리스도 정신에서 해명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칸트, 게오르그 헤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순으로 이어지는 근·현대 서양 철학계의 거두와 주요 논지를 소개하면서는 이념 문제도 다룬다. 

특히 좌·우파에 관해 논할 때는 철학사의 큰 흐름 속에서 봐야 바른 해석을 내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헤겔을 모르고 포이어바흐를 읽지 않은 채 마르크스만 얘기한다면 거기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식이다.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와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소개하면서는 "역사 무지의 지도자가 정치하면 역사 부재의 사회를 만들게 되며, 그 결과 민족과 국가의 성장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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