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지배하려는 자

...이단 교주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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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세뇌해 조종하는 것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 '가스라이팅'은 2021년 한 해동안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였다.

정신적 학대의 일종인 '가스라이팅'은 정확히는 "심리,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해 결국 그 사람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어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 을 의미한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사이비이단 종교를 떠올릴 법하다.

저자도 이 단어를 토대로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 이단 종교가 작동하는 원리, 신종 수법 등을 책에 자세히 풀어냈다. 

저자에 따르면 요새 교주들은 결코 자신이 신격화된 존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신도들이 얼마나 끔찍한 죄인인지를 감언이설로 '가스라이팅'한다. 

그럴수록 그 죄를 지적하는 교주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람의 힘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외에 구원자를 이 땅에 보낸 적이 없다.

저자는 "요즘처럼 정치적 견해가 극단적으로 양분된 상황은 '가스라이팅'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며 "'사실'과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세상도 정통과 이단의 구분엔 관심 없고,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이단 교리의 '틀림'을 외치는 동시에 정통교회에 '너나 잘하세요'라고 외치는 세상을 향해 이단과는 '다른' 모습,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신교계의 사이비이단 종교 전문 연구소 '현대종교' 이사장이기도 한 저자 역시 이단 종교 피해자다. 

저자 자신이 갈 길을 앞서 개척하며 걸었던 부친 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을 이단 신도의 손에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히 이단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단에 빠진 이들의 회복이라며 한국교회에 필요한 과제를 던진다. 

교회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탁 교수는 "종말론의 실패나 교주가 사망하는 순간은 이단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라며 "이탈한 이단 신도들은 대부분 이단뿐만 아니라 교회도 싫은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가 바로 회복과 치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래서 '여행은 돌아올 집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책 마지막 장 제목이 사뭇 한국교회에 또 다른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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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라이팅 이단 / 탁지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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