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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지혜 문헌, 그중에서도 특히 잠언은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지혜를 다루는 책이라는 인식 때문일까. 

수험생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사람이 잠언을 찾는 경우가 적잖다. 

책은 잠언에 대한 이런 인식을 깨뜨리며 시작한다. 

부제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잠언과 욥기 전도서를 함께 읽어야 지혜 문헌이 말하는 지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내내 강조되는 건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 구도다. 

규범적 지혜란 경험에서 발견하는 삶의 패턴, 반성적 지혜란 패턴을 예외적으로 벗어나는 두려운 존재를 의미한다. 

규범과 예외성은 지역과 시대를 넘어 어떤 삶의 현장에서도 경험할 수 있기에 저자는 지혜 문헌의 지혜가 지금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먼저 규범적 지혜서의 대표 격인 잠언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속성을 정리한다. 

그러고 나서 잠언과 욥기, 전도서가 하나님의 절대 주권, 선과 인과응보, 하나님 경외 등의 주제를 각각 어떻게 다루는지를 밝힌다. 

반성적 지혜를 잘 보여주는 책인 욥기를 다루면서는 사탄이 던지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서 인과응보적인 규범적 신앙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도서에서는 지혜의 시간적인 측면을 부각함으로써 절대자와 인간 사이의 넘어설 수 없는 차이를 강조한다. 

시간을 창조한 분 앞에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건 '헤벨'(찰나)일 뿐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악의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도서는 '하나님의 때에 따라 결정된다'는 답을 내놓는다. 

하나님이 정한 때라는 기준 앞에선 선악에 관한 기존의 판단은 깨진다. 

하나님이 하는 모든 것이 선이기 때문이다.

잠언과 욥기, 전도서는 서로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는 책이다. 

이 셋이 다루는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를 활용해 우리는 문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세 책의 세밀한 차이를 고려하며 읽을 필요도 있다. 

이들 책은 우리의 가치 기준이 과연 누구의 관점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때때로 그리스도인의 삶과 인생의 고민에 대해 너무 쉽게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잠언과 욥기, 전도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의 전능에 관해 설명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듯 성경이 내는 목소리는 획일적이지 않으며, 인간의 삶 역시 단순하지 않다. 

이제는 우리 이해의 폭을 훨씬 뛰어넘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신앙이 필요하다. 

경이로운 하나님을 향한 이끌림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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