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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나라의 아침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분주하다

태양이 대지를 삼키기 전 서둘러 길을 나서야 한다

 

후덥지근한 밤

깊은 잠 못이루고 뒤척이다

서늘한 새벽녘에야 달콤한 잠을 청해본다

 

요란스레 울리는 얄미운 알람 시계

감은 눈 뜨기도 전에 새벽 기도를 나선다

 

아직 어둑한 길의 소중한 새벽 공기

놓치기 아쉬워 연인처럼 꼭 끌어안는다

 

말씀과 기도 속에 머물다 깨어나 보면

어느새 예배당 창가에는 아침이 민낯을 드러낸다

 

내 영이 깨어나면 달려가는 곳

육을 깨우기 위해 아침은 서둘러 나를 불러낸다

 

내 어머니 품 속 같은 들판으로 가자

매일 새벽기도 후 이어지는 들판 길 산책은 하루 행복의 시작이 된다

 

6년 전 먼저 떠나신 우리 엄마

20년이 넘도록 선교지에 있는 막내딸을 내내 그리워하시던...

내 엄마의 외로움이 서러울 때마다

난 들판으로 달려간다

 

끝없이 편쳐진 초록빛 들판에 서서

큰 울음으로 보고 싶은 엄마를 부르면

날 포근히 안아 주던 바람

 

나의 친구가 된 들판은

나의 시, 나의 묵상, 나의 쉼

 

모두를 넉넉히 품어주는 이 들판에

20년 된 들판지기가 있다

 

 

20년을 한결같이 푸른 들판을 지켜온 사람

들판을 닮은 선한 눈빛

욕심 없는 미소 속 그의 굵은 주름살이 자족함을 말해준다

 

나는 지난 시간동안

나를 부르신 주인에게 얼마만큼 순종하고 충성했던가

손에 든 쟁기를 버리고

들판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던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름도 빛도 없이 충성되게 살아가는 들판지기 아저씨

괜스레 부끄러워 다시 길을 나선다

자연과 벗 삼아 자족하며 살아온 인생

그의 20년이 너른 들판에 빼곡히 서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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