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혜(가명·52)씨는 2022년 3월 어느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약범죄수사대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경찰은 딸 이예은(가명·22)씨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모태신앙인으로 자란 딸 이씨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16년 학교에서 기도 모임을 만들고 이끌 정도로 신앙이 깊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의 한 교회에서 만난 유씨는 “담배 한 대도 피워보지 않았기에 마약이라는 말이 너무 생소하게 다가왔다”며 “문득 지난날 이상했던 딸의 모습이 하나둘씩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통증 치료용으로 개발된 약물인 옥시코돈에 중독된 이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정신건강 전문병원 인천참사랑병원에 입원 중이다.

10대 마약범, 4년 만에 7배 ‘급증’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은 2022년 1만8395명에서 지난해 2만7611명으로 50.1%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적발되지 않고 감춰진 암수 범죄자까지 고려하면 국내 마약 중독자는 50만명에 달할 것이라 추산한다.

심각한 건 마약의 유혹이 10대로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20·30대 마약사범 적발 비중은 58.8%에 달했다. 

지난해 적발된 20대 마약사범 수(8368명)는 전년도(5804명)보다 약 44.2% 증가했는데,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증가세다. 

10대 마약사범 역시 지난해 1477명으로 2019년(239명)에 비해 7배 가까이 늘었다. 

SNS뿐 아니라 암호화돼 특수한 경로로만 접근이 가능한 이른바 ‘다크웹’을 이용한 젊은 층의 비대면 마약 거래가 늘고 있는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골든타임 내 ‘마약 방역’ 중요

전문가들은 10, 20대 때 마약류를 접해 중독되면 점점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돼 중·장년층이 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이 지금이야말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 교육을 시행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약사인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는 18일 “다음세대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가정 학교 교회 등 곳곳에서 ‘마약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회에서도 마약 중독을 ‘영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중독자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가족보건협회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경남 창원·거제를 비롯해 울산과 서울 등의 주요 교회에서 ‘마약 없는 대한민국 캠페인’을 잇따라 열면서 마약중독 예방의 필요성을 전파했다.

교계를 중심으로 한 마약예방 기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이사장 이선민)가 출범했다. 

연구소는 호기심으로 마약에 중독된 이들과 가족을 위한 기도회, 교도소 출소와 병원 퇴원 후 중독자들의 재발과 자살을 예방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주도로 마약 예방·치유 운동의 전초기지를 표방한 ‘은구(恩求, NGU)’가 발족했다. 앞으로 교계와 의료계, 연예계 등과 연대해 마약중독 예방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37년째 마약류 중독 치료의 길을 걸어온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은 “마약 중독은 사회적 질병이며 중독자 한 사람의 전염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회가 나서서 치료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외되고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돕는 것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마약중독 예방과 치유 과정을 선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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