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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미페이(왼쪽)와 그의 남편 짐 베이커가 1986년 TV 토크쇼 '피티엘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중년의 한 여성이 TV출연을 앞두고 분장에 여념이 없다. 

클로즈업된 그녀의 눈에는 길다란 속눈썹이 붙어 있고, 주름진 눈가에는 짙은 화장이 덧칠해져 있다. 

방송 관계자가 화장을 지우고 새롭게 다시 하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일부는 문신이라 지울 수 없다고 답한다. 

이어 속눈썹을 안 붙이고는 사진을 찍지 않을 것이며, 속눈썹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에 이를 빼면 그건 자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타미페이의 눈' 초반부에 묘사된 타미페이 바커(제시카 채스테인 분) 이야기다.

타미페이는 인상적인 속눈썹과 대중을 휘어잡는 특유의 화법으로 남편 짐 바커 목사(앤드루 가필드 분)와 함께 1970~80년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실존한 미국 순회 전도사다. 

이들 부부는 TV프로그램인 '피티엘클럽(The PTL Club)'을 진행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모금받은 거액의 기부금으로 1974년 케이블 텔레비전 플랫폼 'PTL(Praise To Lord) 위성 네트워크'와 약 1025만㎡(310만평) 규모의 신앙수양관 '헤리티지유에스에이(Heritage USA)'를 설립했다. 

지미 카터부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부시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당시 미 기독교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영화는 이들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종교 방송망과 테마파크를 세워나가기까지, 그리고 불륜과 사기 혐의 등으로 몰락하기까지의 과정을 극 중간중간 실사를 곁들여가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들의 성공 배경에는 재정의 축복이나 물질적 풍요를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 믿는 '번영신학'과 '기복신앙'이 있었다.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물질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목적이 전도(顚倒)된 신학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바커 부부도 처음 가졌던 신앙은 순수했다. 

동성애 등 사회의 진보 의제를 고민하고, 수많은 돈을 기부했다. 

하지만 점점 부가 쌓이며 비싼 옷과 수영장 딸린 저택 그리고 명성에만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럴수록 점점 더 화려해지는 타미페이의 눈 화장은 마치 눈 밑에 달린 탐욕을 가리려는 듯했다.

결국 1988년 짐 바커는 8건의 우편 사기, 15건의 유선 사기, 1건의 음모 혐의로 기소돼 8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된다. 아내인 타미페이도 그와 이혼한 뒤 모든 재산을 잃고 초라한 말년을 보낸다.

"하나님의 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타미페이 어머니의 걱정 어린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음 전파보다 기부금 모금을 우선했던, 마치 자신의 사역을 모두 하나님의 뜻으로 치부했던 영화 속 바커 부부의 모습은 어떤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 것일까.

이는 자연스레 사회의 비난을 받는 작금의 교회 모습과 오버랩된다. 

극 초반 모든 걸 잃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속눈썹만은 내려놓지 못하는 타미페이의 모습은 일정 부분 우리와 닮았다. 

영화는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라 고백하고, 회개하며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자리 잡은 나의 욕망과 아집은 없는지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극중 타미페이는 이런 노래를 부른다.

"예수님은 나를 높이, 더 높이 데려다주시네."

여기서 말하는 '높이'라는 말이 하나님의 왕국을 향한 소망이 아닌, 우리만의 왕국, 우리가 세워나갈 건물의 높이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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