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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시안’에서 한국 근대화에 이바지한 기독교 역할이 또다시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015년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 임원들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독교에 대한 공정한 서술을 요구하는 모습.

 

 

향후 교과서에 적용될 '2022 개정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시안'에서 대한민국 근대사에 공헌한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내용을 형평성 있게 서술해 달라는 교계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역사학자들은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을 위해서라도 타 종교뿐 아니라 기독교 관련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한국사 과목 시안에는 '근대 이전 한국사의 이해' 부분 성취 기준과 관련해 "근대 이전의 사상과 문화의 특징을 불교와 유교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되,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개항 이후 근대화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기독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근대 이전 한국사 중심에 불교와 유교가 있었음은 분명하게 드러난 반면 근대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노력 가운데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개혁운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개항 이후 한국의 근대문명을 이끄는 데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이 기독교라는 것은 아무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기독교가 근대사회 건설에 이바지했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도 "고려는 불교, 조선은 유교 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듯이 개항 이후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는 기독교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며 "일각에서는 이런 언급이 종교교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기독교 교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계와 기독 역사학계에 따르면 개항 이후 다뤄져야 할 기독교 관련 내용으로 선교사들이 서구의 민주주의와 근대문화를 한국에 뿌리내리게 도왔던 점, 병원과 학교를 세워 국민을 치료하고 교육했다는 점, 수많은 기독교인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점 등이 꼽힌다.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내용을 형평성 있게 다뤄 달라는 한국교계의 요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 결과 정부가 2016년 공개한 국정교과서에는 '교육·의료 분야에서의 선교사 활동' '기독교 신사참배 반대 운동' 등이 서술됐다. 

그러나 박 교수는 "국정교과서가 폐기된 이후 교과서에는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현 시안대로 교육 과정이 확정될 경우, 기독교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은선 안양대 교수는 "교육부 지침대로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대로라면 앞으로 나올 교과서에 기독교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13일까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시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받는다. 

이후 공청회와 교육과정 개정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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