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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교회는 3.1절인 1일 오후 2시 성도들이 함께 한 가운데 3.1운동 103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3.1운동 103주년을 맞아 교회 가운데 유일하게 사적지로 지정된 기독교 대한감리회 제암교회를 만나본다

 

117년의 역사 속 한국 근대사의 숨결 깃들어

아픔과 시련으로 얼룩진 수난의 역사 잊을 수 없는 기억

1980년 강신범목사 부임...희생자 유해발굴 시작

1982년 23위 합동장례 후 제암교회 동산에 안장

'예수믿다 망한 동네'로 비난…지금은 서로 든든한 벗

최용담임목사 주민들의 상한 마음 치유에 최선

3.1운동 관련 사적지 지정…경관지구로 묶여 주민 생업 지장

이색적 사역…다음세대에 꿈 찾아주는 것

다음세대에 3.1운동의 역사현장으로 기억되길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제암리 제암교회. 

 제암교회의 117년의 기나긴 역사는 한국 근대사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19년 3.1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예배당에서 23명이 희생당한 순국의 역사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3.1운동 103주년 기념예배에서 성도들은 다시 한 번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신앙의 삶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아픔과 시련으로 얼룩진 수난의 역사는 흐르고 또 흘렀지만 그날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강신범 제암교회 원로목사는 "교회가 세워지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게 된 것은 제암교회를 가면 무료로 한글을 배울 수 있다고 하는 교육 사업에 앞장섰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모이게 되고 한글을 가르치면서 나라 사랑하는 애국정신을 모세의 이야기와 죽으면 죽으리라는 에스더의 정신을 심어주니까 우리도 이런 국권을 찾아야 되겠다고 하는 관심 속에서 모여서 기도하고 나가서 만세를 부르고 여성들은 발안 장터에 가서 광목을 사다가 서투른 솜씨지만 태극기를 만들어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라고 전했다. 

강신범 원로목사는 제암교회 역사의 산 증인인 전동례 장로로부터 들었던 당시 기독교적 민족주의로 무장된 제암교회 교인들의 독립운동과 학살사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강신범 원로목사는 "15세 이상 남자 신자들 예배당으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그날은 예배와 관계없는 화요일이었습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하셨던 선열들은 두려움 없이 예배당에 모였을 때에 문마다 못질을 하고 석유를 뿌리고 초가 예배당에 불을 질렀습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독립투쟁을 하다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한 제암교회 성도들.

강신범원로목사가 1980년 31대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고, 발굴된 유해는 1982년 23위 합동장례에 이어 제암교회 뒷 동산에 함께 안장됐다.

 제암교회에서 30여년의 목회생활을 마치고 10년 전 은퇴한 강신범 원로목사는 "순국선열들의 유해발굴작업이 생애 가장 귀한 사역이었다"고 회고한다. 

 강신범 원로목사는 "제가 유해 발굴을 해서 모실 유택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하는 건 제 생에 정말 교회 몇 천 명 모이는 교회로 부흥시키고 여기서 사실 주민 전체가 몇 명인데 성도가 몇 명이고 하는 등의 숫자적인 것, 또 예산이 얼마고 이런 것보다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예수 믿다 망한 동네, 예수 믿다 망한 집'이라고 까지 불렸던 제암리.

 그 제암마을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안성현 제암리장은 "옛날에는 교회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우리 교회 쪽에서 제암교회 목사님을 비롯한 교인들께서 협조하여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오게 된 것 은 한 5,6년이 됐습니다. 시골 동네에 도시가스가 5~6년 내에 들어왔다는 것은 큰 성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늘 서로 소통하며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교회로 불릴 만큼 제암교회는 마을의 든든한 벗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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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3주년을 맞아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에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안성현 제암리장은 "또 마을에 자제분은 계시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이 여러 분 계세요. 그러면 반찬 봉사 또 잘 계신가 안 계신가를 다니시면서 보시고 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관하고도 해결해 주시려고 열심히 노력을 해 주시고 계십니다"라고 말했다.

강신범 원로목사의 뒤를 이어 2012년부터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최용목사.

 최목사는 마을 주민들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주민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용 제암교회 담임목사는 "예수 믿다 망한 마을이라는 그러한 비난까지 들었던 교회고 그래서 우리 교회가 동네에 세워졌다는 것은 참 축복된 일이고 그 지역을 위해 참 거룩하고 소중한 일인데 우리 교회가 독립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에 일제에게서 이러한 학살을 당했잖아요. 이런 학살 때문에 어쨌든 주민들이 물론 우리 교회에 다니던 그런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이렇게 순국하신 것은 거룩하고 귀중한 일인데, 그로 인해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그런 마을 주민들까지 함께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예수 믿다 망한 동네라는 그런 소문 때문에 굉장히 쉽지 않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상한 감정을 먼저 치유하고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갈 수 있는 그 길을 모색하는 게 우리 교회의 사명이자 그리고 지금 우리 미래의 가치라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마을과 함께 예수 마을을 이룰까? 어떻게 하면 나아가서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임하게 할까? 그래서 우리 제암리 주민들과 교회가 친밀하게 어떻게 하면 소통하면서 지낼까?를 고민하면서 함께 나아가고 있는 과정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면서 마을 주민들에 대한 최용목사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제암교회가 3.1운동과 관련해 사적 299호로 지정되면서 경관지구로 묶이는 바람에 마을 주민들이 생업을 위한 식당 등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용 제암교회 담임목사는 "그동안 100년이 넘도록 많이 피해만 받아왔고 많이 힘들었잖아요. 근데 이 모든 것이 규제로 묶여져 버린다면 또 일제는 강제적으로 고통을 주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유적지로 묶이는 바람에 제2차의 피해가 없도록 그런 부분을 국가에서 잘 배려해 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교회 내부적으로 이색적인 사역은 다음세대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것.

코로나 이전 제암교회의 주일예배 성경봉독은 학생부가 맡았다.

 성경봉독을 맡은 학생은 강대상에 올라가기 전에 꿈과 기도제목을 제출하고 봉독 후엔 그 꿈과 기도제목을 성도들과 함께 나눈다. 

 최용 제암교회 담임목사는

"성경 봉독 후에 제출한 그 기도 제목과 아이의 꿈을 나눕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꿈은 무엇이고, 그리고 이 아이를 위해서 지금 기도하고 있는 제목이 이것이니까 꼭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해서 성도들에게 그 꿈에 동참하도록 격려하고 독려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부의 성경봉독은 다음세대들에게 자신의 꿈을 찾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된다.

 코로나 이후 주로 비대면 예배가 진행되면서 학생부의 성경봉독이 멈춘 상태지만 대면예배로 전환되면 다시 재개할 계획이다. 

 최용목사는 꿈이 없는 다음세대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일에 많은 교회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최용 제암교회 담임목사는 "그래 내 꿈은 이거였지 하면서 공부를 하더라도 그쪽으로 할 수가 있는 것이고, 요새 아이들이 꿈을 물어보면 꿈이 없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꿈을 물어보는 교회, 꿈을 물어볼 줄 아는 교회, 그리고 그 꿈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는 성도, 그렇게 할 때 교회가 더욱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제암교회는 꿈을 찾는 다음세대들에게 3.1운동의 역사도 기억하기를 소망했다.

 강영섭 제암교회 권사는 "어린아이들부터 초중고생들이 이곳이 3.1운동의 근원지나 마찬가지니까 대한민국의 근원지예요. 이렇게 많은 분이 학살당한 현장이 없습니다. 수학여행 코스도 되고 소풍 코스도 되고, 부모님들도 함께 오셔서 3.1운동의 역사를 바로 알고 순국선열들과 신앙의 선배들을 기억하는 좋은 역사현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순국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이 곳곳에 숨 쉬고 있는 제암교회.

 3.1운동 103주년을 맞아 순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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