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자사고11.jpg

▲ 김철경 서울대광고 교장이 10일 설립자인 고 한경직 목사의 사진이 걸린 교장실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4년 ‘강의석 사태’가 마무리되는 데 7년여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사이 소모된 에너지와 잃어버린 신앙 동력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어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로 제2, 제3의 ‘강의석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김철경 서울대광고 교장의 호소에는 학교가 기독교 건학이념을 잃은 채 운영돼선 안 된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10일 교장실에서 만난 그는 하루 전 기독교계 자사고가 대거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자사고=교육적폐’ ‘귀족학교 철폐’라는 프레임에 가둬놓고 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지 못하게 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자사고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2011년은 대광고 역사에 의미 있는 해다.


김 교장은 “‘강의석 사태’로 기나긴 고난의 터널을 지나오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건 기독교 전인교육을 다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며 “대광고의 자사고 신청은 오직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법원은 ‘건학이념에 따른 종교교육의 자유’ 대신 ‘학생의 교육 및 종교 선택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설립 목적인 ‘기독교 인성교육’에 제동이 걸려, 채플 신앙수련회 종교교육이 중단됐다.
김 교장은 “자사고로 지정된 후 학생을 강제 배정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선택해 입학하는 학교가 됐고 문화채플, 종교교육, 학급별 소그룹 영성 프로그램 등 기독교 인성교육의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핵심은 ‘학생들의 선택권’에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 스스로 ‘기독교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자사고를 선택해 입학했기 때문에 이런 교육환경 조성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이자 기독교학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교육부 장관이 줄곧 ‘설립 목적에 맞는 학교 운영’을 강조해왔음에도 정작 교육청 평가에선 사학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빼앗고 공공성이 우선이라며 건학이념에 충실한 교육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에선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교육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평준화에 따라 강제 배정된 학생이 기독교적 건학이념에 반하는 행동을 보였을 때 나타날 갈등과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자사고가 일반고의 3배 안팎 등록금을 받는 귀족 학교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일반고와 달리 기독교계 자사고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재단의 지원과 등록금으로 운영된다”며 “그중 대부분이 인건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운영 자체가 빠듯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선 동문들이나 크리스천 리더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형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건설현장 근로자,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도 바르고 인성 좋은 인재로 키워보려고 적잖은 등록금을 감당해가며 자녀를 보내는 부모님들, 숭고한 기독교 교육을 위해 이름 모르게 후원해 준 분들께 ‘귀족 학교’ 소릴 듣게 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 교장은 오는 22~24일로 예정된 청문에 대해 “절차에 따른 요식행위일 뿐 결과가 뒤집힐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마지막까지 평가의 부당함과 불공정성을 조목조목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사고뿐 아니라 기독교 인성교육이 이뤄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현장이 더 이상 위기를 맞지 않도록 성도와 교회, 교단이 함께 책임감을 갖고 학원선교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대광고는 고 한경직 목사가 ‘경천애인(敬天愛人)’을 건학이념으로 1947년 설립한 대표적 미션스쿨이다.


내년 4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다.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