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성직자에게 바란다 “약자 보호” 88%… “정치 갈등 해소” 37% 그쳐

한국리서치, 1000명 조사, “ 종교, 정치에 개입하면 안돼” 인식 확고, “교회 본연의 역할 집중을” 요청, 인권 침해 해결·사회 갈등 해결 뒤이어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신앙인들의 인식은 확고했다. 

사회적 약자 보호, 인권침해 문제 해결 등 보편적인 가치 실현에 주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또 한 번의 갈등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학자들은 정쟁에서 물러난 교회 본연의 역할을 요청했다.

한국리서치가 15일 발표한 ‘종교 진리와 가치에 대한 인식, 종교의 개인적·사회적 의미’를 보면 “성직자가 정치적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데 동의한 기독교인은 10명 중 4명 미만(37%)으로 파악됐다. 

같은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6% “잘 모르겠다”는 7%로 집계됐다.

기독교인들이 성직자에게 해결을 요청한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약자 보호(88%)였다. 

뒤를 이은 요청은 인권침해 문제 해결(80%) 사회 갈등 해결(73%) 환경 문제 해결(73%) 지역사회 문제 해결(73%) 순이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를 종합한 종교인 전체 대상 인식도 순위가 동일했다. 

종교인들은 사회적 약자 보호(86%) 인권침해 문제 해결(77%) 사회 갈등 해결(74%) 환경 문제 해결(69%) 지역사회 문제 해결(66%) 순으로 성직자의 사회 문제 참여를 요청했다. 

정치 갈등 해결엔 36%만 동의했다. 

무종교인은 27%로 정치 참여에 더 미온적이었다.

조사를 수행한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종교 유무를 막론하고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인식이 다수의 의견”이라며 “성직자가 인류 보편 가치를 실천하는 일에 반대하는 인원은 드물다. 응답자들은 성직자의 정치 갈등 해결 참여에만 유일하게 선을 그었다”고 설명했다.

정교분리(政敎分離)만이 아니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목회자가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중재는커녕 오히려 갈등이 첨예해지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정쟁 국면에서 교회가 화합의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냐”고 반문하면서 “디아코니아(봉사)와 같은 본연의 역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한 뒤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분열과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이웃을 보듬어야 한다는 요청도 나왔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는 정치 권력에 가담하지 않았다. 

예수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들과 함께했다”며 “시국이 어지러울수록 국가가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교회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려운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는 게 곧 시민들의 기대와 요청 아니겠냐”며 “본연의 역할을 다할 때 정치 갈등의 화해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1월 나흘간 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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