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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됐다 지난 22일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안산 단원고 2학년 조은정(17)양.

은정양의 아버지 조문기(49) 안수집사는 딸을 가슴에 묻은 후 처음 맞는 주일인 지난 27일 평소처럼 안산제일교회 주일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주일학교 후 기자와 만난 그의 눈가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간신이 말을 이어간 그의 목소리는 다 쉬어 있었다.

은정양은 나이보다 어른스러웠다. 

지난해 부모가 운영하던 식당이 문을 닫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부모 몰래 담임교사를 찾아가 가계곤란 장학금을 신청했다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봐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만 찾았다. 

스마트폰 대신 구형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얻어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 

그래도 전교생 320명 가운데 10위권의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아버지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은정이가 커다란 박스에 과자를 넣고 있기에 ‘웬 과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이랑 같이 먹을 거야’라며 즐거워했다”고 기억했다. 아버지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을 나서며 잠든 딸의 손을 잡고 기도한 뒤 이마에 뽀뽀를 했다. 

그것이 아버지와 딸의 마지막 인사였다.
 
아버지는 “출근한 뒤에 전화를 해 봤어야 하는데, ‘잘 다녀오라’고 꼭 얘기해 줬어야 했는데…”라며 서러운 눈물을 다시 삼켰다.

조양은 친구들의 전도에도 적극적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매년 3∼4명의 친구를 교회에 데려 왔다. 

친구 한 명을 교회에 데려오려고 전날 밤 늦게까지 통화하고, 주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집 앞까지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얼마전 전도한 친구 A양은 이번 사고에서 가까스로 구조됐다.

팽목항에서 은정양의 엄마를 발견한 A양은 “엄마, 미안해요, 은정이와 같이 못 나와서 미안해요”라며 서럽게 울었다. 

엄마는 “괜찮아, 괜찮아, 너라도 살아줘서 고마워”라며 A양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은정양은 세월호 침몰 때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객실로 돌아갔다 숨진 양온유(17)양과도 절친한 사이였다. 

출석하는 교회는 달랐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같은 교회 공부방을 다녔고, 때로 예배도 함께 드렸다. 

은정양의 아버지는 딸과 온유양이 추모공원에서라도 곁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매주 고등부 찬양팀에서 봉사하고, 토요일마다 제자훈련을 받고, 어른이 되면 약사가 돼서 부모를 돕겠다고 약속했던 딸. 엄마가 선물해 준 ‘BIBLE’이라 적힌 실팔찌를 내내 끼고 있던 딸…. 

“우리 딸 은정이가 예수님과 함께 천국에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이곳에서는 다시 볼 수 없어 너무나 힘들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안산제일교회 교육총괄 박병주 목사는 “은정이는 늘 주위를 밝게 만들어주는 아이였다”며 “은정이의 안타까운 희생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꼭 기억해서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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