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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 배급을 기다리는 콜롬보 주민들이 가스통을 들고나와 길게 줄지어 서있는 모습. 

 

 

국가 원로인 카루 자라수리야 전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이달 초 개신교와 가톨릭, 힌두교, 불교 등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앞날을 위해) 필요한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스리랑카는 극심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였고, 연일 대규모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스리랑카 성공회 지도자들은 "근면하고 정직한 대다수 우리 국민은 그들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실패한 정부를 둔 국가에서 신앙공동체가 어떻게 통합과 자치에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군용기를 타고 해외로 몰래 도피한 데 이어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메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국민이 대통령 일가 퇴진을 촉구한 지 약 4개월 만이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그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18일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에 따르면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일가가 정부 고위직에서 물러나게 된 데는 교회와 기독교인 역할이 컸다. 

주요 교파 지도자들을 비롯해 크리스천 출신의 정치인과 언론인 등이 부패 관리들과 무분별한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CT는 특히 "자체적으로 침묵시위를 조직하고 기도 모임을 개최하며, 종교 포럼에 참여하는 등 투쟁과 연대에 동참해왔다"고 전했다.

크리스천 가정과 교회를 중심으로 한 나눔과 섬김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스리랑카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경제 불황에 수백만 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었다. 

일례로 현지의 한 감리교회는 몇 주간에 걸쳐 점심 나눔을 이어오는가 하면, 또 다른 교회는 건식 식료품 키트를 모아 나눠주는 '열린 찬장'을 운영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법조인과 기업 CEO 등 유력 기독인사들이 의회 등에 입성해 법제도를 통한 사회정의 달성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고 CT는 보도했다.

기독교 박해감시기구인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2 기독교 박해' 통계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52위다. 

주요감시국가 상위 50위권 밖에 위치하고 있다. 

기독교인이 자신의 믿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여전히 압력과 박해가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독교 박해가 스리랑카 교회의 성숙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CT는 분석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1990년대 초 대대적인 불교운동으로 기독교가 극심한 핍박을 받았다. 

목사와 성도에 대한 테러와 교회 방화, 강제 개종 등이 이어졌다. 

CT는 "박해당한 경험은 교회들이 화합하고 협력하며 서로 의지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다진 '신앙의 힘'이 지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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