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JPG

▲ 개그우먼 정선희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정씨는 하나님께 간구함으로 시련을 극복했다고 간증했다. 



"루머가 많았어요. 하지만 그동안 인터뷰 안 했습니다. 

당시(남편 안재환과 친구 최진실이 잇따라 사망해) 너무 놀랐고 인터뷰할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개그우먼 정선희(45·서울 광석교회 집사)씨는 이 지점에서 흔들렸다. 


최근 활발히 방송활동을 하는 그를 막고 있는 것은 '루머'라는 장벽이다. 


정씨는 지난달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이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많은 증거자료들이 있습니다. 


연예인이 연속 비극을 맞으니 루머가 나더라고요. 


2008년 하반기니 벌써 9년 전 일입니다. 기도하면서 드는 느낌은 '그냥 앞으로 가자, 뒤돌아보지 말자'입니다. 

어차피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십니다. 진실을 말입니다." 


남편 사망 후 

사실상 첫 인터뷰


정씨는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남편을 잃은 뒤 사실상 처음 갖는 언론과의 인터뷰였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당시의 일을 되짚어보는 듯했다. 


“많이 울었어요. 무서웠고요. ‘하나님,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라고 울며 기도했습니다. 

인터넷 댓글들은 마음을 더 아프게 했죠. 

‘너는 왜 살아있어’ ‘남편 잡아먹은 여자’ 등 정말 소름끼치는 말들…. 

7개월 만에 복귀했는데 사실 제가 죽을까 봐 걱정돼 복귀한 겁니다. 

그런데 또 ‘남편 잃은 애가 벌써부터 돈독이 올랐나 봐’라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더 외롭고 고독했죠.”


어떻게 시련을 극복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힘들 때마다 엎드려 기도했다”고 분명하게 답했다. 

이어 “힘은 자기 자신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쓰지 않아 그렇지 반드시 있다. 하나님이 그렇게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정씨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 마음을 다잡은 뒤 그녀는 “시련을 견뎠으니 하나님이 상을 주시겠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무언가 대가를 바라고 하나님을 믿는 건 기복신앙일 뿐”이라고 했다.


어떤 시련을 당하더라도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하나님은 고난당하는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시지 않으신다. 


절대 하나님을 놓지 않을 거라고 부르짖으면 된다.

 그걸 강조해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시 솔로가 됐다. 좋은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정씨는 “진저리가 난다. 사랑 한번 진하게 했다가 너무 처절하게 당해가지고. 아니, 사람한테가 아니라 제 직업이 대중의 호기심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또 “지금이 편하다. 어머니랑 강아지 5마리, 열대어랑 같이 살고 있다. 강아지 똥 치우느라 바쁘다. 지금 제 얼굴 좋아 보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누가 진한 사랑을 했다면 사랑이 더 그립지 않냐고 묻더군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뜨겁게 불에 데서 그런지 사랑하면 그 불이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당했던 일, 상처가 많이 생각납니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남자를 발로 차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굳이…. 지금도 행복합니다. 

누구나 아이를 낳고 결혼생활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혼자 사는 사람도 있어야죠. 기자님께 (남자 생겼다는) 특종거리는 못 드릴 것 같아요(호호).” 

지금도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정씨는 “‘용기를 내’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같은 원론적인 말은 더 상처를 아프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알아주는 게 제일인 것 같다. ‘힘들지. 그래 힘들 거야’ 알아만 줘도 그게 위안이 되더라”고 했다.


'철없던' 신앙인에서 

'철든' 신앙인으로


정씨는 대학생 때 교회에 처음 나갔다. 


어머니는 불교에 가까운 분이었다가 친구의 중보기도를 받고 교회에 스스로 나가셨다. 

며칠 뒤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다. 


새벽기도를 드리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이내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확신이 들었다. 


“신인 개그맨 시절엔 하나님께 유명하게 해 달라고 떼쓰는 기도를 많이 드린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죠. 

하나님은 제 기도를 대부분 들어 주셨어요.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그런 신앙생활도 잠시. 좀 잘나가는 연예인이 됐을 때는 신앙생활이 형편없게 됐다고 한다. 

하나님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좀 더 벌어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끝이 없었다. 


“제대로 신앙훈련을 받지 못해 그런가 봐요. 교회에 다녔지만 마음에 평화가 없으니 내적 갈등이 많았습니다.”


결혼한 뒤 그는 예상치 못한 큰 벽을 만났다. 


세상이 떠들썩했고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워 5개월 동안 예배조차 못 드릴 정도였다.


“망했죠. 추락….

 하나님이 제 교만함을 스톱시킨 것이라고 생각해요.

못난 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아닌가 싶어요.” 


그는 한동안 하나님을 원망했다고 한다. 기도에 응답해 주지 않는다고 화도 냈다. 

점점 우울증이 찾아왔다. 


“며칠 동안 내내 죽는 것만 생각했어요. 

자살을 생각할 즈음 다행히 주위 분들 격려가 많은 힘이 됐습니다. 

라디오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이 생각나요. 

‘저는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정선희씨 팬이라 당신 위해 기도했습니다’라는...

감동이 밀려왔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죠. 

어머니 기도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살아있는 자체가 감사하고요.

 매일 음식을 먹고 물·공기 마시는 것까지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요즘 활발히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다. 


SBS ‘TV동물농장’, 팟캐스트 ‘정선희 문천식의 행복하십SHOW’, MBC 표준FM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에 출연 중이다. 


“특히 기독교방송 C채널 ‘힐링토크 회복’ MC를 맡아 은혜 많이 받고 있습니다. 출연자의 하나님 만난 간증을 들으며 제가 하나님 아버지의 소중한 딸이라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기독직장인 모임에도 자주 나가요. 중보기도해 주는 모임에 참석하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정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계획이 없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계획을 세우면 자신을 구속할 걸 알기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다.


어떤 연예인으로 남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바라보면 기분 좋은 연예인이라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제 별명이 딱따구리입니다. 

앞으로도 조잘거리며 최선을 다해 방송일 잘할 것이니 지켜봐 주세요. 

재밌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씨가 남긴 말이다.

인물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