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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 심규보씨가 19일 대구 남구 큰골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규보씨를 찾아 온 위기청소년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별을 만드는 사람들 제공>



심규보(36)씨는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아버지가 보내오던 생활비마저 끊겼다. 

그때부터 엇나가기 시작했다. 


몸에 문신을 새기고 술 담배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발작이 왔다. 

3층에서 떨어져 치아가 부러지고 발가락이 골절됐다. 


병원에선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후천성 뇌전증(간질)이라고 진단했다. 

많을 땐 일주일에 3번이나 발작을 일으켰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귀신들린 병에 걸렸다”며 수군댔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자퇴했다. 


그의 청소년기는 이처럼 암울했다.


구치소에서의 반전


 그는 두 번 입건됐다. 18세 때 문구점 자물쇠를 끊고 프라모델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장난감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던 그는 프라모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26세 때는 여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하고 감정이 폭발,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수감됐다. 

구치소의 같은 방에 있던 사내가 성경책을 줬다. 


절박했던 규보씨는 성경책을 보며 새벽기도를 했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에 반전이 시작됐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절도범의 탄원서를 손봐줬는데 그 남자가 무죄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감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탄원서를 쓰려면 범죄사실이 적힌 공소장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100명이 넘는 수감자들과 대화하며 알게 된 공통점은 유년기 때 그들을 안아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때 생각했다. 

위기에 놓인 청소년을 보듬어줘야겠다고.


 규보씨는 집행유예로 나간 뒤 백석대 청소년학과에 입학해 전문상담사 청소년지도사 범죄심리사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했고 영남대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어느 날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아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우울증을 앓던 아이였다. 


규보씨는 아이의 부모에게 “이 아이는 에너지가 느껴지니 희망을 잃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 축구를 하며 놀았다. 


아이는 우울증을 극복해 건축학과에 진학했고 지금은 규보씨가 세운 비영리단체 ‘별을 만드는 사람들(별만사)’ 사역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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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보씨(맨오른쪽)가 지난 6월 대구 달서경찰서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별을 만드는 사람들 제공>



"빛나는 별이 되어주렴"


 별만사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소년원 출원 청소년, 뇌전증을 앓는 청소년 등 위기청소년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고 학업과 생활비 지원 등을 해주는 단체다. 


자원봉사로 청소년 상담을 하던 규보씨에게 김상동(대구 우리소망교회) 목사가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사람들의 후원을 받으며 하나님께 더 크게 쓰임 받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2015년 2월 별만사를 세웠다. 


홈페이지엔 ‘내가 너를 사랑한 것같이 너도 사랑하며 살거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적혀있다. 

암울한 유년기를 보낸 규보씨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돌보며 마음에 평안을 찾았고 발작도 멈췄다.


 그는 법무부에서 지정한 ‘푸르미 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푸르미 서포터즈란 ‘소년원 출신’이라는 역경을 극복한 이들이 자기가 출원한 지역의 소년원을 돌아다니며 경험담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전국구 푸르미 서포터즈’는 우리나라에 3명뿐인데 규보씨는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요즘 크리스천인 대구 달서경찰서 이상모 경사와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명함 뒷면엔 이렇게 적혀있다. 


‘애들아 맴찢 했을 때(마음이 찢어졌을 때) 혼밥하기 싫을 때(혼자 밥 먹기 싫을 때) 이불 밖이 위험할 때(밖이 두려워 나가기 싫을 때) 언제든 연락 줘.’


 지금까지 만난 위기 청소년이 벌써 1000명을 넘는다. 


규보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일 경찰청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 봐도 맘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방황할 때 눈물 흘리셨을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져 더 감사하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규보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에서 얼마나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별(전과)을 달 수도 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될 수도 있어요. 

제 역할은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안아주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규보씨의 이름은 한자로 별 규(奎)에 도울 보(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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