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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서택 청주 주님의교회 원로목사가 30일 충북 청주 내수동로 예배당에서 15년 교회 사역을 회고하고 있다. 그는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영적 욕구가 낮아진다. 영적 가난함을 세상적인 욕구로 채우려 한다”면서 “주님 안에서 안식하지 않으면 참된 평안은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주님의교회 주서택(65) 목사는 한국교회 내적치유 세미나의 ‘원조’다. 1992년 시작된 ‘성서적 내적치유 세미나’는 총 129차례 열렸으며, 5만1200명이 참석했다. 


치유사례를 모은 ‘내 마음 속에 울고 있는 내가 있어요’(순출판사)는 자그마치 106쇄를 찍었다. 


그는 원래 복음주의 학생운동가였다. 


고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의 민족복음화 꿈에 붙들려 25년간 하늘만 바라봐야 살 수 있는 천수답(天水畓) 같은 간사의 삶을 살았다. 


2002년 CCC를 나와 주님의교회를 개척한 그는 지난 19일 1000여명의 성도들을 뒤로 하고 은퇴했다. 


30일 짐을 모두 뺀 허름한 담임목사실에서 주 목사를 만났다.



-50세에 개척한 교회에 어떻게 10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습니까. 


“CCC 간사 시절 청빙제의가 몇 번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죠. 

평생 캠퍼스 사역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CCC 총무임기를 마치니 하나님께서 저에게 교회개척의 소명을 주셨어요. 그런데 퇴직금은 고사하고 돈 한 푼 없더라구요. 25년 간 캠퍼스 복음화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면 모금을 잘했는데, 정작 저를 위해선 못했던 겁니다. 

다행히 김준곤 목사님이 2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셨고 은행에서 11억원을 대출받아 구 상당교회 예배당을 인수했습니다.”



-개척교회가 그걸 어떻게 감당했습니까. 


“아내와 장인, 장모님 등 7명이 개척멤버입니다. 청주 CCC 간사와 학생들에게 신신당부했어요. ‘당신들은 한사람도 우리교회로 움직이면 안 된다. 각자의 교회에서 충성해야 한다. 


다만 교회를 정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은 해 달라’고 했죠. 

처음부터 재정의 50%는 교회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쓰고 남은 돈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 허리끈 졸라매고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반대가 엄청 심하더군요. 지금도 예배당 장의자는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교회 개척할 때 여기저기서 얻어온 것들이에요.”



-그래서 성도들이 모였습니까. 


“목회도, 세상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면 그 다음에 물질과 인적자원, 모든 것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내적치유 목회를 했습니다. 지난 15년간 50%의 재정만으로도 넉넉하게 교회 살림을 했습니다. 


15년간 총 재정이 193억7000만원이었는데, 이중 밖으로 내보낸 돈이 96억6000만원입니다. 

1075명에게 장학금으로 5억9952만원을, 극빈층 1만8345가구를 위한 ‘사랑의 나눔마켓’으로 10억1736만원을 지원했습니다.

 개척 초기 교회 주변에 술집이 86개 있었는데, 지금은 9개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주님의 교회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책임지십니다. 김 목사님께 빌린 2억원은 5년 뒤 모두 갚았죠. 허허.”


주 목사가 CCC에 발을 디딘 건 71년 고등학교 선생님이 건네준 사영리 덕택이다. 

72년 춘천성시화운동에 합류했고, 74년 엑스플로 74대회 때 순장으로 봉사했다. 


79년 안양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CCC 간사생활에 뛰어들었다.


81년 당시 30세의 나이로 청주 CCC 대표로 부임했는데, 충북대 한국교원대 등에서 온 대학생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91년 청주 운천동에 연면적 1983㎡(600평)의 4층짜리 CCC아카데미센터를 건립했다. 

CCC에선 서울 부암동 본부 다음으로 큰 건물이다. 


충북 시민사회단체 상임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2002년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리더십 이양은 어떻게 했습니까. 


“처음엔 교인들에게 모두 위임했죠. 

성도 24명으로 청빙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력서를 받고 10개월 간 검증 끝에 훌륭한 분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부임 1주일을 앞두고 그만 문제가 생겨 못 오시게 됐습니다. 

절차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거든요. 


그때 무릎을 치며 깨달은 게 있습니다.


 ‘교회 내 민주주의라는 게 어떤 면에선 굉장히 위험할 수 있구나.’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를 추구해야 합니다. 

아무리 민주적 절차를 꼼꼼히 거쳤더라도 최종적인 결정, 근원은 하나님의 주권에 둬야 합니다. 

많은 교회가 교인 3분의 2만 찬성하면 모든 게 민주주의인 줄 압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두 번째 청빙 때는 금식기도를 한 후 청빙위원회에 제가 제안했습니다. 

‘우리 교회의 영적 스피릿을 가장 잘 알고 검증된 부교역자 출신 중에서 담임목사를 모시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만장일치로 청빙위원들이 동의했어요. 


그리고 저는 빠졌습니다. 그런데 2시간 만에 군목 소령 출신인 최현석 부목사님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어요. 저도 하나님의 뜻으로 수용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린 결론이 있습니다. 


제일 바람직한 청빙은 정말 신뢰할만한 목사님의 추천을 받고 교회 검증을 거친 분을 후임 목사로 세워가는 겁니다. 청빙 과정에서 이력서를 받아 스펙을 보고 설교 한 두 번 듣고 점수를 매겨 후임자를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본주의적인 생각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어요.”



-65세 조기은퇴를 하고 퇴직 예우금 2억원과 새 자가용을 반납하셨는데요.


“교회가 젊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개척할 때 65세 은퇴를 못 박았어요. 


만약 CCC 간사를 하고 있었다면 지금까지도 모금을 했을 겁니다. 교회가 생활비와 사택을 지원하고 아이들 장학금을 준 것만 해도 감사하죠. 


2억원과 새 자가용은 제가 가질 게 아니에요. 목사가 약간은 가난한 듯 사는 게 덕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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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주님의교회 전경




-요즘 목회자들은 어떤 것 같습니까. 


“목회자 중에도 마음속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죄 문제가 많아요. 

내면의 쓴 뿌리를 캐내 치유해야 건강한 인격, 정신,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 목사님들은 너무 바빠요. 그게 목회의 위기를 가져옵니다. 


자신의 영성을 관리하기 위해 하나님과 자신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 합니다. 자존감을 건강하게 세우려면 하나님이 주신 자연 속에서 영성을 채워가는 게 제일 좋아요. 

그래서 대청호 근처에 내적 치유센터를 세웠습니다. 


거기서 예수 공동체를 이루고 탈진한 목회자들을 돌보는 데 더욱 힘쓸 계획입니다.”



주 목사는 인생 전반전을 복음의 막노동꾼 같은 CCC간사로 25년, 청지기 같은 담임목사로 15년을 보냈다. 


인생 후반전은 어떨까. 그의 카카오톡 문구는 이렇다. 


‘나는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실패하기보다 위대한 일을 믿음으로 해보고 그 결과는 하나님께 맡긴다.’ 


<국민일보 미션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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