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안 드는 지하 교실 '한꿈학교'서 만난 탈북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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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대안학교인 한꿈학교 학생과 교사 및 후원 교회 목회자들이 지난 13일 경기도 의정부의 학교에서 장학금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교가 지하에 있다. 

영구임대아파트 상가의 지하로 계단을 내려가면 복도 오른쪽에 교실과 식당, 왼쪽엔 도서실과 강당이 나온다. 

말이 강당이지 조금 큰 규모의 교실이라고 봐야 한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장마철엔 물이 스며 나오는 이곳에서 북한이탈 청소년과 탈북 여성의 중국 출생 자녀 등 학생 40여명이 매일 아침 성경을 묵상하며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으로 모든 근심과 걱정을 이겨내게 하소서.'

경기도 의정부 장암주공영구임대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탈북대안학교인 한꿈학교를 지난 13일 찾아갔다. 

교회들의 추수감사절 후원으로 이날 장학금을 받은 학생 박선영(가명·29)씨와 마주 앉았다. 

2017년 탈북 후 한꿈학교에서 공부한 박씨는 초등·중등·고등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대학입시에서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에 합격했다. 

보건전문가를 꿈꾸며 내년 3월 입학을 앞둔 박씨는 북에 두고 온 동생 때문에 이런 소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두만강 국경 마을 출신입니다. 어릴 적 동생이 머리를 다쳤는데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간질이 생겼어요. 그래서 강을 건널 때 동생이 함께하지 못했어요. 긴장하면 발작이 일어나니까요. 국경 무역을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체포되고, 중국에 잠시 다니러 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엄마를 찾으러 중국으로 나왔다가 엄마는 못 찾고 교회를 만났지요. 저 혼자 한국에 오게 됐지만, 보건학을 열심히 공부해 훗날 동생과 북쪽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한꿈학교 학생들 다수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있다. 

새문안교회 집사인 김영미 교장은 "그래서 제일 처음 만나는 학생들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라는 말부터 건넨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수포자'들에게 기초부터 쉽게 원리를 전달하던 전문 강사였는데, 2016년 처음 한꿈학교에 봉사로 나왔다가 충격을 받고 정식 교사가 됐다. 

김 교장은 "여기가 바로 전도 사역지라고 생각하고 강사 일을 다 정리하고 한꿈학교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한꿈학교는 2004년 경기도 남양주에서 시작했다. 

설립 당시에도 지하 창고를 개조해 교실로 썼다. 

선교사들이 중국 태국 등지에서 목숨을 걸고 구출해 한국에 보낸 탈북 청소년들이 정작 한국 사회와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린 게 학교 설립 계기였다. 

'미리 만나는 통일'이라고 불리는 탈북 청소년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육하기 위해 교회와 사회의 후원으로 전액 무상 교육을 하며 대학 진학 후에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아직도 변변한 학교 건물을 갖추지 않고 지하생활을 이어간다. 

미국 국무부가 원어민 강사 2명을 보내 학생들의 영어 공부를 직접 돕고 미국 연수도 주선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 박씨를 비롯한 5명의 장학금은 인근 은혜교회와 전곡중앙교회가 후원했다. 

윤광식 은혜교회 목사는 한꿈학교 학생들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나무가 되도록 축복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연천연탄은행과 연천푸드뱅크 대표로도 섬기는 백성국 전곡중앙교회 목사는 "한꿈학교에서 꾸는 학생들의 꿈이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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