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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반석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채플 목사가 지난 2월 건담 장난감 등이 있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목양실에서 청년 목회에 집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박 목사는 심방 때 힙합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메고 다니는데, 벽에 걸린 일정표에는 심방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다.


교인 평균연령 29세, 성도 수 700명, 평상시 힙합 모자를 쓰고 다니는 담임목사. 

미국 뉴저지 티넥에 위치한 그레이스커뮤니티채플의 이야기다.

포항 출신인 박반석(52) 목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청소년기 심한 방황을 하던 그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은 병들었던 모친이 순복음교회에 나왔다가 치료를 받으면서부터다. 

자신도 뇌종양이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나으면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벨리포지 크리스천학교로 진학했다. 

이후 필라델피아 웨스터민스터신대원을 나왔다.

박 목사는 뉴욕제일교회, 뉴저지 갈릴리교회, 필라안디옥교회 등 한인교회에서 14년간 중고등부 사역을 했다. 이후 대학생 7명과 함께 2005년 미국 러커스대 교정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박 목사는 “한국도 그렇듯 미국에서도 크리스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교회를 떠나는 ‘고요한 출애굽’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중고등부 때 제대로 거듭나지 않았고 변증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유물론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학에 진학해 성적 타락 등 세속 물결에 휩쓸리고 그 죄책감 때문에 대부분이 교회에서 떨어져 나간다”면서 “이런 청소년을 보면서 ‘어떤 교회를 만들어야 합니까’라고 기도했는데, 주님의 응답은 ‘너처럼 방황하던 아이들이 나갈 수 있는 교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교회는 한인 2세를 철저히 선교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전통주의 재해석, 새로운 교회개척, 다민족 접근방식’이라는 3가지 원칙을 세웠다. 

러커스대에서 농구를 하며 만난 젊은이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6개월 만에 50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그때부터 강의실과 주변 미국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박 목사는 “한인 2세들은 한인교회를 다니면서 문화적 차이와 언어 때문에 큰 혼란을 겪는다”면서 “똑같은 한국말을 쓰지만, 기성세대의 ‘꼰대’문화가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한인 2세와 중국 출신 대학생 전도에 집중했는데, 중국 학생들은 처음엔 교회에 쉽사리 마음을 주지 않았지만, 한 번 헌신하면 끝까지 충성하는 특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청년들이 와서 쉴 수 있도록 라면, 비빔국수, 삼겹살을 해 먹이며 제자훈련을 했다. 

특히 나눔 시간엔 ‘성경적으로 봤을 때 자위행위를 해도 되나’ 등 젊은이들이 현실 속에서 부닥치는 적나라한 문제들을 다뤘다. 

그는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성경에서 말하는 답을 주지 못 하니 자기들끼리 인터넷에서 찾다가 잘못된 길로 빠지고 있다”면서 “목회자는 현장에서 젊은이들의 문제를 안고 함께 뒹굴어야 한다. 그래야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매주 청년들에게 밥을 해먹이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한인 2세들에게 “에스더처럼 자신이 서 있는 땅에서 복음의 꽃을 피워내야 한다”고 도전했다. 

직접 교회론 관련 도서와 큐티책을 제작하면서 신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박 목사는 “교회는 젊은 사람에 문화적 코드를 맞춰야 하지만 불변인 하나님의 복음을 바꿔선 안 된다”면서 “젊은 문화에 맞게 대학생 사역을 했더니 훗날 그들이 성장해 월스트리트의 금융전문가가 되고 결혼 후 출산을 하면서 교회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젊은이 문화에 맞는 깊이 있는 신학교육이 진행될수록 청년들이 더욱 몰려들었다.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교회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결국 2017년 290만 달러에 현재의 미국교회 건물을 인수했다.

주일은 한어권 예배(KM, Korean Ministry), 영어권 예배(EM, English Ministry)가 있으며, 오후 5시 러커스대 근처에서 170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다민족 예배가 있다. 
이 중 40%는 중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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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들이 박 목사에게 보낸 감사편지.


현재 3개 예배를 위해 20명의 교역자가 활동한다.

교회는 지난 1월 뉴욕 베이사이드에 분립개척을 했는데, 오는 8월엔 호주 시드니에 또다시 교회를 개척한다. 

박 목사는 “교회의 비전은 제자를 만들고 계속 교회를 개척하는 것인데,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도 중요한 사역”이라면서 “마지막 때일수록 수평적 선교와 수직적 선교를 모두 감당하고 싶다”고 했다.

성도들은 한국과 아프리카, 남미의 고아원을 후원하고 지역사회와 제3세계 국가를 돕는 교회의 NGO 사역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7년째 티넥 지역 고아와 저소득층 아동을 돕기 위한 마라톤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박 목사는 “2000년 전 농경사회에서 고아와 과부는 가장 소외된 사람들이었다”면서 “그렇다면 현시대는 그들이 누굴까 고민하다가 ‘고스트 시티즌’(Ghost citizen)이라 불리는 탈북자와 고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영어캠프를 14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는 9년 전부터 한국의 고아들을 초청해 미국 대륙횡단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꿈을 지닌 아이들에겐 어학연수 기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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