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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곧 교회다.” 한 대형 교회 목사가 한 말이라고 한다.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므로 ‘슈퍼 갑’ 지위에 있다는 뜻이다. 

‘짐은 곧 국가’라는 유럽의 절대왕정을 떠올리게 한다.


일부 교회의 목회 대물림 논란은 교회 권력 피라미드가 단적으로 드러난 경우로 볼 수 있다. 

2013년 9월 주요 교단 총회에서 ‘목회 대물림 금지 헌의안’이 통과된 데는 교인들의 변화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신도 사이에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같은 맥락에서 수평적 구조로 운영되는 교회가 각광받고 있다. 경기도 고양 덕이동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교인들이 담임목사 신임투표제로 목회를 평가한다. 

장로도 임기제다. 


서울 방이동 포이에마예수교회는 평신도의 자발적 사역으로 교회가 돌아간다. 

설립 5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교인들이 목회자의 양인가 


수도권 한 교회 A집사의 최근 얘기다. “목사님이 교회 초청 강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 나오라고 해서 갔어요. 


여러 교인을 둘러보며 강사에게 자랑처럼 ‘이 양들은 절대 나를 못 떠나요.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해요’라고 하더군요. 

예수님이 목자지, 목사님이 목자인가? 

내가 하나님은 못 떠나도 당신을 못 떠나겠는가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그는 담임목사의 이런 말투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A집사는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사회선교단체 새벽이슬이 지난달 중순 연 ‘성경적 갑을관계’ 콘퍼런스에서는 부목사, 교육전도사, 평신도가 교회 사역 중 겪는 고통 등이 사례로 다뤄졌다. 


1년 단위로 계약되는 부목사는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주로 신학대학원생인 교육전도사는 안수를 볼모로 교회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년이나 여성 교인 등 평신도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교회 일에 동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장로가 갑으로 군림하는 교회는 역으로 장로가 목사를 좌지우지한다. 

수도권 한 대형 교회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새 신자 600여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명 중 1명은 목회 방식에 대한 불만 등으로 교회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27일 “제왕적 목회 방식은 결국 교회 공동체를 훼손하고 심하면 깨기도 한다”며 “최근 일부 교회의 불행한 분쟁은 교회 내 다양한 의견을 목회자가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분쟁은 감독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수직적 교단 구조가 선거 혼탁과 과열을 부르면서 일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감리회 소속 B목사는 “교인들은 실망하고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비웃는다”고 자조했다. 

이런 일은 교인뿐만 아니라 교회 밖 사람들을 교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한다.


재신임제가 목회자를 자유케 


교회대물림방지법은 소극적 차원에서 목회자를 견제하는 제도다. 

반면 목회자 재신임제는 목회자를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거룩한빛광성교회를 비롯해 서울 높은뜻숭의교회에서 출발한 높은연합선교회 소속 교회 7곳과 새맘교회, 경기도 용인 상하동 향상교회, 부천 상동 예인교회 등이 도입하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담임목사가 6년 동안 목회를 한 뒤 신임투표를 실시, 과반수 신임을 받을 때 목회를 계속할 수 있다. 


정성진 담임목사는 지난 6월 투표에서 교인 97.43%의 신임을 받았다. 

오현재 행정담당 목사를 지난 24일 교회 새신자실에서 만났다.


-재신임제의 장점은 무엇인지. 목회자가 평가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는지.


“목사님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사역을 하다보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매일 수 있잖아요. 근데 신임투표가 있으니 ‘낮은 평가 받으면 나가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소신있게 목회할 자유가 생기는 거죠.”


신임투표지에 포함된 20개 설문 항목에는 ‘담임목사가 말씀과 일치하는 삶을 사는가’ ‘담임목사는 평신도의 의견 개진을 보장하는가’ ‘담임목사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정 목사는 이 항목 전체에서 100점 환산 점수에서 80점 이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80점대 초반 점수를 받은 인재양성, 세계선교 분야를 중심으로 목회 방향을 점검 중이다. 


고사리손 어린이까지 자발적 사역 


장로 임기제는 장로의 임기를 제한하는 제도다. 

종교개혁가 칼뱅은 민주적 교회 운영을 위해 당회를 구성하고 당회원을 매년 재신임하도록 했다. 

미국 장로교는 1874년 장로 임기제를 채택했다. 국내에서는 목회자 재신임제를 도입한 일부 교회가 채택하고, 절대다수 교회는 당회를 통해 주요 결정을 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언덕교회는 집사까지 5년 임기제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역시 장로 6년 임기제다. 

이 교회는 평신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지출 내역을 보고한 지난 25일 재직회에는 1137명이 참석했다. 


“설교시간 30분을 넘기지 말아달라” 등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월 정기 당회에는 시무장로와 부목사 외 남선교회장, 여전도회장, 권사회장, 청년부회장 등 평신도 대표가 참석한다.

회의에 통용되는 규칙도 있다. ‘한 사람이 같은 주제로 두 번 이상 발언하지 않는다’ ‘찬반이 엇갈릴 때는 세 차례 이상 토론하고 가부를 묻는다’ 등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수평적 교회를 위해 제도를 정밀하게 고안했다면 포이에마예수교회는 평신도의 회복과 자발성 유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우인 목사는 예배당을 짓지 않고 헌금의 5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방침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환원은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할 경우 교회가 지원한다. 

현재 이런 형태로 장애인, 홀몸 어르신, 한부모 가정 130여곳을 돕고 있다.

교회학교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초등부 어린이 30여명은 이달 중순까지 주일마다 교회에서 직접 만든 양초와 컵받침을 들고 다녔다.


 “팔레스타인을 도와주세요. 기부하시면 초를 드려요.”

 어린이들은 77만4000원을 팔레스타인 구호 기금으로 내놨다. 

교회학교 교사로부터 팔레스타인 난민의 고통을 배운 아이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김선영 부목사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다. 우리 교회는 각자 자발적으로 재능을 발굴하고 봉사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2008년 50명 안팎으로 출발한 포이에마예수교회는 현재 출석교인이 750여명이다. 

1997년 설립된 거룩한빛광성교회는 1만여명이 주일예배에 참석한다. 

정 교수는 “50∼60년대와 달리 교인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전문가들도 상당하다”며 “목회자가 군림하기보다 공동체적으로 운영되는 교회에 교인들이 쏠리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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