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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금과 공로금을 모두 교회와 사회를 위해 써 달라며 사양한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그는“하나님은 가난을 통해 저를 다듬어주셨고, 가난한 이를 위해 살도록 해주셨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김삼환(71) 목사가 지난달 27일 정년 퇴임하고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1980년 7월 버스 종점 부근의 상가 건물 2층 34평에서 교인 20명으로 첫 예배를 올린 후 35년 5개월 만이다. 


교회 개척 후 시작된 새벽기도는 명성교회의 트레이드마크였고, 35년 사이 교인은 10만여명으로 늘어 서울 강동 지역의 대표적 교회로 성장했다.


명성교회 당회는 김 목사에게 퇴직금 3억6000만원과 은퇴 후 사역을 위한 공로금 등으로 모두 29억6000만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이 돈을 모두 교회와 사회를 위해 써달라며 사양했다. 

은퇴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한국교회평화통일 2015년 송년기도회' 모임 후 김 목사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 


명성교회는 현재 후임 담임목사를 물색 중이다. 


그동안 후임 문제에 대해 "아들(김하나 새노래명성교회 목사)은 후보에서 빼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온 김 목사는 이날 "(아들을 후임으로 하면) 교회가 상처가 너무 많아진다"고 말했다.



―마지막 설교에서 "주의 종은 주님의 일을 하고 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다 하나님이 불러주셔서 한 것이다. 이제 비행기에서 내린다. 

결국 남의 비행기에 탔으면 깨끗하게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퇴직금과 공로금을 사양했다. 

일반 기준으로 두 번 놀란다. 

먼저 액수가 엄청나서이고, 또 전액을 내놓아서다.


"저도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장로님들이 결정한 것이다. 

어쨌든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고, 용처는 세 곳을 말씀드렸다. 

우리 교회 출신 목회자들이 한 200명 정도 되는데 정말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있다. 

그분들과의 공동 작품인데 나하고 같이 일하다 나가서 밥 굶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10억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교회 양떼(교인) 역시 밥 굶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10억원은 어려운 교인을 위해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가난한 분들을 위해 나머지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가난은 본인 노력으로 금방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밥 굶는 일'을 자주 언급하는데, 전도사 시절 가난 때문에 자식을 잃은 일이 있다고 들었다.


"1969년 안동에서 전도사 하던 시절인데 첫딸이 태어나자마자 계속 아팠다. 

교회에선 한 달에 쌀 두 말, 돈 2000원 받던 시절이다. 

병원 데려갈 엄두도 못 내다가 마지막에 병원에 데려갔더니 뇌막염이라 했다. 

사흘 만에 하나님께 떠났는데 입원비 7600원이 없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길이 없다'고 하니 병원에서 입원비를 받지 않고 앰뷸런스까지 내줘서 산에 묻었다. 그땐 울 기운도 없었다."



―그렇게 혹독한 가난을 겪으면 돈에 한이 맺히지 않나.


"안동의 경안성서신학원 재학 시절에 겪은 '송편 교훈'이 있다. 

여름방학 마치면 어머님이 송편을 싸 주셨다. 

우리 형편엔 너무도 귀한 것이라 사물함에 넣어두고 혼자만 먹으려 했다. 

당시 6명이 기숙사 한방을 썼다. 

친구들이 잘 때 먹어야 하는데, 꼭 그럴 때는 안 자더라. 혼자 먹으려다 먹지도 못하고 나중엔 썩어서 다 버렸다. 혼자 먹는 것은 기쁨도 없고, 힘만 든다. 

하나님은 가난을 통해 나 자신을 다듬어주셨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사명을 주셨다."

명성교회는 1000여 곳의 농어촌·미자립 교회를 지원하고 있으며, 1980년대부터 지방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인 장학관을 서울과 목포, 광주, 전주, 순천, 대구, 부산에 지어 지금까지 3800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2012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서울 연남동 거처를 마련했고, 2010년 아시아 최초의 민영 교도소인 소망교도소 설립도 주도했다. 

또 국내의 안동성소병원과 영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2002년에는 에티오피아에 최신 시설을 갖춘 명성기독병원(MCM)을 설립해 '에티오피아의 세브란스 병원'으로 키우고 있다.



―아들(김하나 목사)을 후임 담임목사 후보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명성교회와 한국 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이 왔으면 해서다. (아들 문제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 

물론 후임은 청빙위원회가 결정할 일이고 은퇴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월권(越權)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에 여운을 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은퇴 후에는 어떤 활동을 구상하고 있나.


"봉사하고 싶다. 탈북자와 통일 문제, 다문화 가정, 중독자, 소망교도소 등 할 일이 많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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