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일 (9월 23일 월요일) 
벨로라도에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까지 약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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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후안 데 오르테가는 외진 순례자 마을 이다.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멀리 떨어진 속도가 느린 마을이다. 
여기는 WiFi가 되지 않는다. 공용으로 쓰는 인터넷도 아주 속도가 느리다.
마을 이름의 뜻은 '쐐기풀의 성 요한'이다. 
산 후안(성 요한)은 산토 도밍고의 제자로, 자기 스승처럼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을 돌 본 위대한 업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 후안은 이 지역 전체의 다리와 병원, 성당, 호스텔을 만들었다. 
중세 순례자들에게는 위험과 고난이 가득했던 이 거칠고 외로운 곳(오르테가는 스페인어로 '쐐기 풀'을 뜻한다) 에서 그는 1150년에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을 설립했다. 
이 곳 알베르게는 16세기에 만들어진 멋진 안뜰이 있는 오래된 건물로 수도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아내는 그 동안 남편 따라 힘 겹게 걷느라 육신이 피곤한 것 같다. 
모처럼 이 느리고 조용한 마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나도 어제 주일 쓰지 못했던 저널을 쓰고, 오늘 것 까지 쓰고 있다.
 낮에 힘겹게 꾸준히 걸으시던 84세 프랑스 할아버지도 저쪽 침대에서 주무시고 있다.
저녁 6시 성당에서 산티아고 순례자들을 위한 축복 미사가 열리고 있다. 
참석은 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뒷편에서 지켜 보았다. 
50여명의 순례자들이 경건한 모습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랑하는 주님, 저들을 축복하셔서 진정 그리스도 우리 주님을 만나게 하소서. 
마치 경건한 고넬료를 지켜 보시고 베드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신 것 처럼.

[위성교 목사 자작시]
 순례기행1.JPG
할아버지와 거북이

84세 프랑스 할아버지가 걷
고 있다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짊
어지고
허리를 구부린채 힘겹게 걷
는다
쉬지않고 느린 걸음으로 걷
고 있다

주름 진 얼굴 형형한 눈빛에는
살아 온 오랜 세월의 흔적
들이 있고
굵은 힘줄 튀어나온 야윈 
팔에는
삶의 무게가 걸쳐져 있다

지나쳐 그늘에서 잠깐 휴식
하고 있는데
늦게 오던 할아버지가 벌써 
지나쳐 가신다

우리가 다시 일어나 걷기 시
작했는데
할아버지는 저만치에도 보
이지않는다

거북이 처럼 느린 걸음으
로 걸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걷
는다면

빠른 토끼 처럼 성공하고 쉬
는 사람 보다
인생 경주에서 가치있는 삶
의 흔적을 남기고
감동을 주는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다


제13일 (9월 24일 화요일) 
산 후안 데 오르테가에서 부르고스까지 26Km

순례자가 도시로 들어 설 때는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은 책임있게 더욱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도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 또는 간절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직업, 비즈니스, 일 때문에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다.
일상을 떠나 40일 또는 상당 기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므로 일터를 떠날 수 없는 분에게 미안한 심정과 함께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 일상의 삶, 비즈니스, 직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성도들이 생각난다.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어쩌면 목사는 지금 마음대로 삶의 현장을 떠날 수 없는 그들을 대신해서 걸으며 기도해 주고 있는지 모른다.
한적한 시골 길 을 걷다가 차들이 많아지며 빠른 속도로 다니는 도시 외곽으로 들어섰다. 
삭막함과 소음과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이 약간 충격으로 다가 온다. 
Bridgestone 타이어 공장 철조망 벽이 거의 1Km 이상 계속 되는 것 같다. 
이렇게 7Km 를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없는 도시 길을 걸어서 중심부에 위치한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부르고스는 인구 20만 정도의 크고 활기 찬 도시이다. 
시내 중심부는 13세기 건축물인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 고딕 양식의 높고 정교한 첨탑 2개와 함께 장엄한 모습을 뽐낸다. 
성당은 유명한 관광 코스가 되어 있다. 
3유로씩을 주고 안에 들어가 보았다. 
이 안에 각각 좌석이 배치되어 예배드릴 수 있는 21개의 아름다운 채플이 들어있다. 
내부의 조각, 부조, 석상, 공예품, 그림 등은 감탄을 자아낼 만한 탁월한 예술품들이었다.
 항상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교회당을 이처럼 크게, 높게, 정교하게 지었을까? 
무슨 동기와 마음으로 이렇게 건축하려고 했을까?
부르고스에 도착할 무렵 내 양쪽 신발 옆이 갈라졌다. 
떠나기 전 앞이 넓고 가벼운 신발로 좋은 축에 들어간다는 Keen 브랜드 신발을 120불을 주고 샀다. 
장기간 먼거리를 걸어야 했기에 마음 먹고 투자한 것인데,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수퍼글루를 사서 붙여 보기로 했다. 
혹시 잘 안되면 다른 신발 하나를 사면되지 않겠는가? 
산타마리아 대성당 옆 잡화점 가게에 수퍼글루가 있었다. 
신발 곁을 깨끗하게 잘 닦아내고 물기를 없이 한 뒤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퍼글루로 정성껏 붙였다. 괜찮을 것 같다.


제14일 (9월 25일 수요일) 
부르고스에서 오르니요스까지 20Km

순례기행3.jpg

새벽에 일어나 아직 어두운 아침 일찍 브루고스를 빠져 나왔다. 
중세와 현대가 적절하게 조화 된 도시를 떠나는데 약 한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아름다운 도시다. 
곳곳이 깨끗하게 잘 조성된 중소 도시다. 
새벽 길거리는 밤의 혼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들이 없었다. 새벽 마다 청소 차들이 치우고 다니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를 더 걷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남자 분은 뉴질랜드에서 온 분으로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분이고, 다른 여자 분은 한국에서 사는 분으로 아들과 함께 산티아고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아들은 뒤에 따라 온다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중에 아들을 만났는데 대학교 2학년 재학 중에 일년 반 정도를 휴학하고 인생공부를 위해 어학 연수도, 여행도, 또 외국에서 막노동도 계획하고 있단다. 
정말 한국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미국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 야성적인 교육이 엄마 치마폭 교육이 되어가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교육은 야성미를 보충 시키고 있다고 할까? 
 9명의 대안학교 학생들도 70일간 여행을 목적으로 무거운 짐들을 메고 오늘도 열심히 걷고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오신 분은 자전거로 산티아고 길을 가고 있는 분이다. 작년에는 부인과 함께 걸었고 올해는 혼자서 자전거로 한단다. 
나름대로의 비지니스의 철학을 이야기하시는데 많은 지혜의 말씀을 나누어 주었다. 
처음 호텔 건물을 소개받을 때는 그 건물이 엄청나게 크게 보였는데 그 건물을 나와서 보니 작게 보였다고 했다. 꿈을 꾸고, 도전해야 성취할 수 있다고... 
뉴질랜드에 20년 전에 이민가서 잔디깍기로 시작해서 택시 운전사, 조그만 하숙집도 했고,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에 매이지않고 항상 사람을 믿고 맡기고 자신은 자신의 시간을 가졌다고 자신의 비즈니스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에게 우리는 재물을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니 잘 사용하시도록 권고했고 특별히 어려운 곳에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함을 나누었다. 가는 곳마다 건장한 한국 청년 남녀를 만날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들이 산티아고 길이 끝나기 전 청년의 때 창조주 하나님과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헌신하기를 기도한다. 
꿈 꾸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고 싶다.
한참을 걸으니 간이 식당이 나왔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걷고 있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짐을 내리고 과일을 샀다. 바나나, 사과. 토마토, 그리고 포도를 샀다. 딱 둘이 먹을 양만 사야한다. 
아니면 그 것도 짐이된다. 
아침을 잘 먹고 드디어 햇볕이 내리쬐이는 자연 그대로 장엄한 '메세타' (스페인 북쪽에 있는 건조하고 거대한 고원 지대. 산지로 둘러싸인 내륙인 관계로 기온의 교차가 심하고 비가 적다.) 들어섰다.  이제부터는 숲이 없는 황무지를 약 12km정도 걸어야 우리의 목적지인 오르니요스에 도착한다. 밀과 보리를 경작하는 농경지가 메마른 땅과 함께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나무 그늘이 거의 없다.
거의 쉬지 못한 채 12Km 쯤 걸으니 오르니요스라는 중세픙의 작은 순례자 마을이 나타난다. 참고 잘 걷은 아내가 너무 기뻐한다. 
오늘은 이 곳에서 쉬면서 묵상하기로 하자고 합의했다. 
오후 1시 경이었다. 
우리에게 배당된 침대로 가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30분이 지나니 알베르게 32개의 침대가 다찼다. 뒤에 온 사람은 마을 강당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야 한다. 그것도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간다. 순례자의 모습이다. 
어제 수퍼글루로 붙인 신발이 오늘 걷고 난 후에도 괜찮은 것 같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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