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면_명형주기자님.jpeg

▲ 아랍계 정당 의원들이 법안 부결을 기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의 시민권 취득 및 이스라엘 통행 법안'이 지난 6일, 통과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자와 결혼할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테러범들의 이스라엘 유입을 막고 '유대 민주 국가'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2003년 제정됐다. 

이 법안은 그동안 중도 우파 성향의 모든 정당들이 지지해왔다. 

그러나 극우부터 좌파, 아랍계 등 다양한 정치 성향의 현 연립정부 안에서는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끌어내기 위해 투표 전 정부 내의 합의점을 찾아 이 법을 1년이 아닌 6개월만 연장을 하고 1,6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에게 거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절충안이 나왔다. 

또한, 우파 야당들의 찬성을 위한 많은 협의와 미팅들이 있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찬성 59표, 반대 59표로 법안 연장에 실패했다. 

베넷 총리의 야미나 당에서 반대표 한 표를 던졌고 아랍계 정당인 라암당에서 두 명의 의원이 기권한 것이다. 

정통보수 우파 야당을 이끄는 네타냐후는 "정권 교체의 중요성이 더 크다"며 새롭게 들어선 연립정부 해산을 목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베넷 총리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시민이 되는 것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 시민권 및 이스라엘 입국법"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시민권자와 결혼하더라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없다. 

이 법안은 2000년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 발생 이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이스라엘 시민 천여 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스라엘 내 보안을 위해 제정된 것이다. 

당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살고 있으며 이스라엘 시민과 결혼 후 이스라엘 내에서 법적인 지위가 인정된 팔레스타인인이 일으킨 테러 공격들이 발생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신분증을 가지고 체크포인트를 통과해 자살폭탄 물질을 이스라엘 안으로 반입한 후 테러를 일으켰다. 

이 법안으로 인해 지금까지 13,50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안이 소멸하게 되어 이제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사실상 시민권 취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첩보기관인 신베트가 우선 각 신청서를 검토한 후 내무부가 이어 검토하게 되는데, 아옐렛 샤케드 내무부 장관은 새로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각 케이스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부는 이 법안에 반대하는 당들과의 합의점을 찾아 팔레스타인인 배우자들을 고려한 새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 테러리스트 유입과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아랍 인구를 고려 할 때, 이스라엘로서는 안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법안이다. 

그러나,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테러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5월 가자전 중에 이스라엘 내에서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의 폭동과 갈등을 비춰 봤을 때,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이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등 속에서 아랍 정당의 지지없이 지속될 수 없는 연립정부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명형주.jpg

명형주 기자

선교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