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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한국교회와 관련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대중은 대개 ‘선교사’를 떠올린다. 선교사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학교·병원 등을 세워 근대화를 앞당겼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를 모르는 이들에게 신앙을 갖도록 선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선교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이가 적잖다. 
선교사란 누구며 각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

선교사, 누구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선교사는 ‘외국에 파견돼 기독교의 전도에 종사하는 사람’ ‘종교를 널리 전도하는 사람’이다. 선교 전문가들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교회나 선교단체와 같은 파송 주체가 분명하고 일정 기간 선교훈련을 받은 6개월 이상 장기 타문화권 사역자’를 선교사라 부른다.

한정국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뿐 아니라 종족, 영역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이들도 모두 선교사의 범주에 포함된다”며 “그러므로 6∼10일간 선교지를 방문한 이들을 (단기)선교사라 지칭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KWMA에 따르면 2013년 현재 한국교회는 169개국에 2만5745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선교사들은 소속 교단·교회와 선교단체에 꾸려진 선교본부의 영향을 받는다. 
선교본부는 선교훈련, 정보제공, 위기관리 등에 관여한다. 

선교본부에서 파송 선교사를 지원하는 이들 역시 선교사라 한다. 
이론·동원·훈련·행정·전략·지원 분야 선교사들은 현장선교사가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선교사 가정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까. 
선교지에서 직업을 갖고 사역하는 비즈니스 선교사를 제외한 모든 선교사는 후원교회 지원을 받는다. 

KWMA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선교사 1인당 매달 1000달러 정도를 사역활동비와 생활비로 받는다. 

헬기로만 접근 가능한 오지의 경우 생활비와 상관 없이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또 선교사는 본국과 선교지 2개국 정부의 관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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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활동 등 공동체를 돕는 일에 각국 정부와 뜻을 함께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활동은 참여하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1910 에든버러세계선교사대회 연구총서에도 선교사의 책무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시민정부에 대한 선교사의 의무는 백성들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고 (…)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한 경계를 갖는 것이다.” 

복지활동엔 참여하되 선교지의 정치, 인권, 노동활동에 대해선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하던 일부 선교사는 일본 정부의 신사참배 요구를 강경히 거부했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북자 구출 작전을 펼치는 한국 선교사들도 이에 해당한다.

민간외교관·재외국민 위기지원 역할도

지난 1월 발표된 KWMA 정기총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선교사 대부분이 복음 전파를 위해 선교지에 교회를 개척한다(136개국 1만693명). 

그 다음이 제자훈련(140개국 8612명), 대학 캠퍼스 사역(73개국 2499명), 교육(75개국 1361명), 복지·개발(70개국 819명), 의료(50개국 515명) 순이다.

외국에선 한국교회의 성장 경험이 한국 선교사의 사역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국제 선교단체의 영국인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처럼 교회 개척에 강한 비전을 가진 선교사는 찾기 힘들다. 

이것이 한국 선교의 강점이자 기회”라고 평했다. 
선교지 평가도 호의적이다. 

몽골 복음주의연맹 총무는 2006년 한인선교사회 콘퍼런스에서 “지난 15년간 몽골에 세워진 60%의 교회가 한국 선교사가 개척한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교회개척 열정을 높이 샀다.

교회개척 외에도 선교사는 복음 전파의 접촉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영화 ‘소명3’의 주인공 네팔 강원희 선교사는 30여년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에티오피아에서 의료선교를 했다. 

오지의 무의촌 환자를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그에겐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란 별칭이 붙었다.

또한 선교사는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감당한다. 

윤순재 몽골 선교사는 93년 몽골 최초의 사립대인 울란바토르대를 세워 명문대 반열에 올렸다. 
권병희 인도 선교사는 2001년 캘커타에 캘커타한국문화원을 설립해 현지에 한국 문화와 언어를 알린다. 

권 선교사는 이전 선교지인 방글라데시에서 해외 제1호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워 산업역군을 키우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때때로 선교사는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다. 재외국민이 불의의 사고나 재해를 당할 경우 어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처한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발생한 이집트 버스폭탄 테러 현장의 피해자를 가장 먼저 돌본 것도 3명의 이집트 선교사다. 

이날 오후 3시쯤 샤름 알 셰이크 국제병원에 도착한 이들은 2박3일간 통역과 간호를 하며 현지 정부·경찰·병원 관계자들에게 환자의 신원과 상태를 알렸다.

또 타국의 병원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밥을 지었고 인근 마켓에서 구매한 옷가지를 전달했다.

한 사무총장은 “상당수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대학과 NGO 등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민간 외교의 개가를 올렸다”며 “말라리아 약품 연구·개발 등 전문가를 파송하는 등 새로운 선교 전략으로 세계 곳곳에 희망을 전하는 선교사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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