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곳곳 기독교기념관이 사라져간다.
무관심 속 재정난, 잊히는 믿음의 선배들
최근 전남 여수시 남면 우학리교회(김종대 목사) 옆에 있는 이기풍목사기념관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기풍(1865~1942) 목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목사안수를 받은 7명 중 한 명으로 한국 개신교사의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제1호 제주도 선교사’로 파송을 받고 오랫동안 제주선교 사역에 매진했던 그는 70세가 되던 1934년 우학리교회에 부임했다. 이후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옥고를 치르다 순교했다.
10년 만에 문닫는 순교자 기념관
우학리교회는 교회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2010년 이기풍목사기념관을 건립했다. 하지만 최근 우학리교회가 새 예배당을 건축한 이후 교회 재정이 어려워졌고, 2년여 전부터 교회는 재정난을 해소하고자 기념관 건물과 대지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이기풍 목사의 친필 당회록은 교회가 보관키로 했지만 교인 가정들이 기념관에 기증했던 당시 교회 물품 등은 다시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5개월 전 이 교회에 부임해 건물 매각을 떠안은 김종대(44) 목사는 1일 “한국교회사에서 기념비적인 인물이라 웬만하면 기념관을 유지하고 싶다. 하지만 시골교회이다 보니 성도들 연령대가 높아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어려워 유지가 버거운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시골교회가 홀로 떠맡는 기독유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곳뿐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곳곳에는 이기풍목사기념관처럼 운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쇄되거나 방치된 기독교 근대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또 주기적으로 유지보수·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매년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대부분 재정적 뒷받침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과 순교지는 특성상 대부분 도서(섬) 지방에 퍼져 있고, 개교회가 전담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이들 지역의 경우 평균 교인 연령층이 높고, 소규모 교회라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대형교회나 특정 기관의 지원 및 후원에 치중된 수입구조도 문제다. 이와 함께 기념관 같은 사업은 문화유산과 관련 콘텐츠를 지속해서 보존·개발하고 이를 알려서 사업비를 확보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할 학예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재정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인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전북 전주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은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1년여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념관은 2022년 건립 당시 전북 내 수많은 교회의 후원과 국비, 도·시비까지 지원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예수병원의 후원금만으로 운영 중인 데다 누적된 운영비 증가로 재정난에 봉착했다. 또 학예사 한 명이 홀로 기념관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지만 재정난은 인력난으로 이어져 충원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기념관 운영위원장인 김동하 목사는 “예수병원으로부터 운영비를 상당 부분 지원받지만 매달 1000만원 넘게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학예사를 더 뽑아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상하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우리 모두의 유산’ 인식 전환부터
기념관 이권을 두고 유족 간 갈등을 겪는 지방의 한 유명 목회자 기념관 사례도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기념관 사역을 이어가려면 전 교회의 관심과 초기 한국교회가 남긴 근대문화유산을 교계뿐 아니라 모두의 유산이라고 여기는 세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목사는 “지역교회들의 무관심이 제일 마음 아프다”면서 “지역교회가 개교회의 선교 활동을 알리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공동의 지역 문화유산 보존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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