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운영의 민주화 - 교회 본질 회복 등 새로운 변화와 과제

 

80년대 이후 새로운 부흥의 바람을 몰고 온 복음주의권 1세대 목회자들이

잇따라 은퇴하거나 소천하면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연 복음주의 1세대 지도자들이 떠나면서 한국교회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또 이들이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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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4일 고 하용조 목사 발인예배가 끝난 뒤 운구행렬 모습.

 

복음주의 진영의 대표적 목회자였던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가 지난해 9월 72세의 일기로 소천한데 이어 최근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마저 뇌출혈로 쓰러져 성도들 곁을 떠났다.
1980년대 이후 복음주의 신앙을 토대로 한국교회에 새로운 부흥의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들이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안타까운 소천 소식과 함께 강단 은퇴도 줄을 이었다.
열린 보수, 합리적 신앙을 강조해온 복음주의 목회자, 김상복 목사는 지난해 할렐루야교회를 떠나면서 미국 남가주 사랑의교회 김승욱 목사가 뒤를 이었다.
복음주의권의 각성을 주장해온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와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도 지난해 사회책임을 다하는 교회의 사명을 젊은 리더십에게 맡기며 조기은퇴를 선언했다.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도 교회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 홍정길 목사마저 은퇴하고 하용조, 박은조 목사의 후임자가 결정되면 복음주의권은 거의 한 세대가 교체되는 것이다.
신앙훈련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열린 보수를 지향해온 복음주의권 1세대 목회자들의 퇴장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변화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복음주의권 1세대 목회자들의 목회 열정은 대단했다.
변변한 목회 자료가 없던 시절 제자훈련과 일대일 양육훈련 등으로 평신도를 깨웠고 코스타 등 해외 선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랑의교회와 온누리교회가 8만명에 육박하는 교인수를 기록하는 등 교회를 크게 성장시켰다.
이는 교회의 인적, 물적 역량이 전적으로 부흥성장 자원으로 쓰여졌고 목회자 한 사람의 강한 리더십이 존중됐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1세대 목회자들에 이어 강단에 오른 후임 목회자들에게는 상황이 좀 다르다.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교회의 의사결정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실장은 “1980년대 초반 모두의 과제는 성장이란 데 집중했고, 성장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용납됐던 시대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민주적 리더십이나 권위의 분산 같은 것이 발전했지만 교회는 이를 뒤따라 가지 못했다”면서 “다음 세대 리더십들은 이 차이를 따라잡아 교회를 민주적으로 이끄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교회가 사회로부터 받는 곱지 않은 시선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후임 목회자들은 헐벗고 가난한 자를 대변하기보다 대형화되고 권력화됐다는 비판에 직면한 교회를 ‘교회다운 교회’로 회복시켜야 하는 책임을 떠안았다.
사회와의 소통도 더 노력해야 할 과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인 이상화 목사(드림의교회)는 “차세대 목회자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이중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끼리의 자기 언어만 써왔지만 이제는 모든 정보들이 수평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우리 안만의 이야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복음주의권 1세대 목회자들이 힘써온 교회갱신운동 등 연합사역의 연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로 교회를 맡은 후임 목회자들이 개교회를 넘어 연대활동에 적극 나서다보면 겸손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까 우려해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주의권 1세대 목회자들은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사역의 지평을 넓혔다.
이제 후임 목회자들은 교회가 사회와 소통하고,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성숙과 연대의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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