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푸른나무' 신영순 선교사, 北측과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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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나무 신영순 선교사(가운데)와 김인선 사무총장(왼쪽)이 지난 9월 북한의 한 장애인 특수학교에 밀가루와 옥수수를 전해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북 장애인의 체육 교류가 추진되고 있다. 내년 장애인의 날 양측 장애인들이 친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국내 북한선교 단체인 ‘푸른나무’와 북한의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가 협약을 맺었다.
12일 푸른나무에 따르면 내년 4월 20일과 6월 18일 남북 장애인 친선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4월 20일은 남한에서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고, 6월 18일은 북한 장애인의 날이다.
먼저 내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통일 미래를 위한 장애인 및 고아원아 협력 세미나’가 개최된다.
5월에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기한 연기된 ‘평양 장애인 종합회복센터’ 건립을 재개한다.
최근 방북해 북측과 협약식을 맺고 온 신영순 푸른나무 협력선교사는 “통일 한국 사회의 복지는 통일이 되기 전 구축돼야 한다”며 “남북 장애인들의 교류로 장애인들이 먼저 통일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선교사는 푸른나무 김인선 사무총장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올해만 여섯 번째 방북이다.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푸른나무가 지원하는 북한의 특수학교 11곳, 고아원 43곳에 식량과 후원 물품을 전달하고 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3일에는 평양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도 참석했다.
미국장로교 파송 선교사인 그는 1998년부터 북한 장애인을 돕는 사역을 펼쳐 왔다. 그의 사역은 북한선교 등 한민족 문화복지공동체로 만들어진 푸른나무로 이어졌다.
지난 5월 곽수광 목사를 대표로 위촉하며 출범한 푸른나무에는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윤영관 서울대 교수,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이 고문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 통계에 따르면 북한에는 175만명의 장애인이 있다. 장애인을 불구자로 부르며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는 북한 사회상을 감안하면 실제 장애인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장애인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 가운데에서도 신 선교사와 푸른나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난 4월 평양에 장애인 예술단·무용단·체육회가 조직됐다.
신 선교사는 “북쪽의 경제 상황은 최악이고 많은 우리 동포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다”며 “자존심에 상처주지 않으면서 이들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오랜 신뢰관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선교사 일행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북한 주민들이 처한 현실과 자존심의 단면을 겪었다.
국제선 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단둥으로 가는 길에 신 선교사 일행은 식당칸에서 미리 준비해 온 식사를 했다.
옆자리 남루한 차림의 북한 주민에게 식사를 나눠줬지만 이들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식당칸을 떠났다고 한다.
함께 한 푸른나무 김 사무총장은 “먹을 것이 없다고 불쌍히 여기지 말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국제선 열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평양과 단둥을 오가는 일반 기차에 외국인 등이 중국으로 입출국할 수 있도록 한 칸이 마련돼 있는 형태다.
군인들이 열차 안에서 출입국심사와 수하물 검사를 한다. 검사는 매우 철저하게 이뤄져 열차 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압수 또는 폐기된다고 한다.
신 선교사는 “남북의 정치 상황은 엄혹하고 양쪽 주민들의 마음은 얼어붙었지만 한국교회의 사랑은 정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같은 민족의 동포들이 굶어죽고 있는 현실을 모른 척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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