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의회, 목회자 세금 문제 첫 공식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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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발전연구원(원장 이성희 목사)이 23일 ‘목회자 세금납부’를 주제로 제5차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현재 우리나라 일부 목회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한국교회발전연구원(원장 이성희)이 공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목회자 소득세 납부 방안을 제기했다.
목회자 세금 납부 문제의 경우 기독 NGO 단체에서는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지만 교회협의회와 같은 교단 협의체가 공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교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목회자 세금 납부와 관련한 제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이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마련한 제5차 발표회 “교회의 재정과 목회자의 세금납부”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대사회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이라면서 “목회자 세금 납부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호윤 회계사(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제일회계법인 이사)는 “한국교회가 재정이 투명하지 못해 안티 기독교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데 교회가 재정을 관리하는 과정, 즉 교회에 어떤 돈이 수입으로 들어오는가 또 교회가 어떻게 재정을 사용하는가는 교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사용된 내역들을 일반인들에게 대사회적으로 충분히 알리고 공개해야 한다”면서 “일반 기업들이 분식회계 처리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교회도 재정 사용 내역이 가려져서 알 수 없거나 그 내용이 왜곡되었다고 판단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려 폐기되어야 할 집단으로 치부되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감신대 유경동 교수는 “교회의 유일한 사명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리는 복음이기 때문에 목회자는 세금이 짐이 아니라 이 복음의 거룩한 짐을 지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회보존과 질서를 중시하는 통합의 원리로 목회자에게 세금을 원할 때 목회자가 한 국가의 시민인 한 세금을 내는 데 앞장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목회자의 세금 납부에 대해 실질적인 찬성 입장을 보였다.
교회협의회는 오는 4월과 7월, 10월 세 차례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목회자 세금 납부 문제를 논의해 교단간의 입장을 조율한 뒤 오는 11월 총회에서 목회자 소득세 납부를 결의한다는 계획이다.
교회협의회 차원의 결의가 교회협의회에 소속된 9개 회원교단의 결의로까지 이어지기에는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목회자 세금 납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소득세 납부가 현실화될 경우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수입이 공개되는 등 민감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목회자 납세 문제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의 세금 납부 문제를 공론화한 가운데, 이미 상당수 교회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회자의 세금 납부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모든 목회자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동식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직재정운동본부장)는 “조사해 보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영락교회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역자들의 사례비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세금납부를 하려는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 개혁을 강조해 온 높은뜻숭의교회나 백주년기념교회, 열린교회 등도 목회자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목회자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신 목사는 “목회자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려고 시도할 경우,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교회지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려해도 세무 당국이 ‘작은 교회는 내지 않아도 된다’며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교회 목회자의 경우 어려운 경제 형편에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되는 게 현실이다.
현재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48만원 이하의 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은 소득 보전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미자립 교회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약 80% 정도의 목회자들이 면세점 이하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체 교회의 70% 이상이 1년 경상비 3천만원 이하의 미자립 교회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일부 대형교회에만 적용되는 납세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되고 상당수 목회자들이 면세점 이하의 사례비를 받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세계적으로 볼 때 많은 나라들이 예외없이 종교인에 대하여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경우, 목회자를 공무원 대우의 급여와 함께 세금이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소득세가 있고, 사회복지차원에서 세금을 낼 경우 상응하는 복지 혜택이 따르게 된다.
가톨릭의 경우 94년부터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2007년 이후 서울교구는 예결산을 공개하고 있다. 조계종에서도 세금 납부에 대하여 찬성하고 있으며, 현재 개신교 일부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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