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01.jpg

▲ 여성 시각장애인 바리스타들이 16일 오픈한 서울 청파동 ‘실로암 카페모아 2호점’(숙명여대점)에서 커피를 뽑고 있다. 왼쪽부터 매니저 이유정씨,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김은영, 이선주씨, 매니저 김주희씨,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윤미영씨.


“여성 시각장애인 바리스타와 이웃이 함께 하는 공간입니다.
당신이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커피 전문점 ‘실로암 카페모아(Cafe More:커피를 마시면 더 먹고 싶어 손님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된다는 뜻) 2호점’(숙명여대점)이 16일 개소 감사예배를 드리고 오픈했다.
‘실로암 카페모아’는 여성 시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커피 전문점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지원으로 문을 연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점에는 시각장애인 바리스타 3명과 매니저 2명이 근무한다.
영업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20여종의 각종 음료와 케이크, 쿠키, 샐러드 등을 판매한다.
실로암 카페모아는 단순한 이익 창출 목적이 아니라, 시각장애인 복지를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시각장애인이 커피 판매 등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커피 값도 주위 커피전문점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 직원들은 사회복지법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 최동익 목사)이 3∼4개월 과정으로 개설한 ‘바리스타 카페창업 훈련’을 이수했다.
커피학 개론과 바리스타 실습, 고객 관리를 위한 컴퓨터 기초, 창업일반 등을 배운다.
‘시각장애인 바리스타가 과연 가능할까’하는 우려와 걱정은 기우였다.
시력을 잃었거나 나쁘기 때문에 손과 냄새, 소리 등 다른 감각을 십분 활용해 맛있는 커피와 생과일 쥬스를 ‘뚝딱’ 만들어낸다.
시각장애인 직원 김은영(29·시각장애 1급)씨는 “마땅히 일할 곳이 없어 무료한 삶을 살았는데 이렇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커피 전문점에서 일할 수 있게 돼 신난다”며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커피 전문점을 차려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작정”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시력이 나빠지고 있는 이선주(30·시각장애 3급)씨는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 동료 시각장애인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직접 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 재학 중 녹내장으로 중도 실명했다는 윤미영(30·시각장애 1급)씨는 “실명으로 절망감에 빠졌지만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며 생기를 되찾고 있다”고 했다.
윤씨는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예쁘게 보이려 귀걸이를 했다”며 “손님들이 일하는 모습이 예쁘다고 말해 주실 때 너무 기쁘다”고 했다.
실로암 카페모아 1호점은 2009년 4월 서울특별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서울 봉천동에 문을 열었으며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오고 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상임이사 김선태 목사는 이날 설교를 통해 “그냥 일반 커피점이라고 아시는 분이 많다.
일을 하는데 장애·비장애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다음 달부터 8월까지 4개월 과정으로 바리스타 카페창업 교육을 실시한다.
이달 말까지 교육생을 추가로 접수받고 있다(02-880-0500).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