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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락제일교회와 생명나무교회 성도들이 연합한 서울 장지동 자율방범대원들이 9일 관내 중고등학교 종업식장 주변을 순찰하며 청소년들의 일탈 행동을 막기 위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9일 서울 장지동 한 중·고등학교. 정문 경비실에서 자율방범대원 10여명이 졸업식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주변을 순찰하는 대원들을 의식해서 인지 통상 졸업식 뒤풀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복 찢기’나 ‘밀가루 뿌리기’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자율방범대 마크가 달린 조끼와 모자, 교통정리용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나선 이들은 가락제일교회(차용범 목사)와 생명나무교회(이구영 목사) 성도들이었다.
대원들은 지난 해 3월부터 월∼토요일 학생들의 하교 시간인 오후 3∼5시, 오후 7∼9시에 어김없이 동네 순찰을 돈다.
낮에는 주로 주부 여자 성도들이, 밤 시간대는 직장을 마친 남자 성도들이다. 대원들이 나타날 때면 으슥한 장소 한 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던 청소년들이 슬금슬금 흩어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거나 왕따 학생을 놀리던 아이들은 놀라 도망치곤 한다. 심지어 무단횡단을 하던 어른도 자율방범대를 보면 되돌아 횡단보도를 건널 정도가 됐다.
장지동 주민들은 2,3년 전만 해도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예술고등학교가 들어오면서 여자 아이들이 예쁘다는 소문이 나자 불량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돈을 뺏는 등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 특히 밤이 되면 7개 초·중·고등학교 주변과 동네 공원은 사건사고가 빈번했다. 부모들은 늘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하지만 동네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살피는 이들의 노력으로 현재 장지동은 사건사고가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사라졌고 밤길도 공원도 안전하고 깨끗해졌다. 따라서 자율방범대는 이제 동네 자랑거리가 됐다. 자율방범 대원들이 동네를 순찰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반긴다. “수고 한다”며 음료나 빵을 건네는 주민들도 있다.
정희득(48·생명나무교회 집사) 대원은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동네 변화가 뿌듯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미경(51·가락제일교회 집사) 대원은 “연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불량 청소년을 지도할 때 예수 사랑도 함께 전하고 있다”며 “작은 봉사활동이 지역 안정에 보탬이 된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고 구(區)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비 구입과 유류비 명목으로 연간 250만원을 지원했다.
인근 아파트들도 함께 거들었다. 단지 별로 자체 방범을 도는 아파트들이 생겨났다. 지나가던 한 주민은 “우리 동네 수호천사는 바로 교회 교인들”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문정파출소 이은택(58) 팀장은 “경찰이 해야 할 일을 교회가 대신 해 주니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자율방범대원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자율방범대 활동을 처음 제안한 차용범(58) 목사는 “청소년 범죄를 더 이상 어른들이 방관하면 안된다”며 “우리 아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관계된 일이니 만큼 한국교회가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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