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청빙·입법·재정 등 권한 막강, 하나님의 일꾼... 초심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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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는 당회를 통해 담임목사, 교역자 등을 청빙한다. 

교단 총회의 임원선거는 물론 교회입법과 재정, 각부 부장까지 장로의 비중은 크다. 

하지만 이런 막중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장로의 윤리와 도덕, 신앙적 책임감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와 장로의 관계도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적절한 견제기능을 발휘하는 정도를 넘어 적대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1~10일 목사, 장로 등 총 120명에게 문자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장로의 역할과 의미' '직분자의 소명' 등에 관해 물었다. 

답변자들은 바람직한 장로 상(像), 합리적인 장로제도 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

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대표회장 진승호 장로는 "교회 장로는 섬기는 위치이고 대우받는 자리는 아니다"며 "그러나 교회의 중요한 결정과 시행과정에 참여하다 보면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어느 순간 휘둘러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많은 장로가 이 부분에서 넘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진 대표회장은 "장로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신대 박명수 명예교수는 "한국교회는 위대한 목사보다 위대한 장로(혹은 평신도 지도자)를 더 많이 배출했다. 서재필 윤치호 이승만 안창호 조만식 김규식 등 수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평신도가 큰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교회가 이들의 사회적 리더십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목사가 종교적인 문제에서는 기독교 지도자이지만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는 평신도 혹은 장로가 지도자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교회를 목사 중심, 교회중심으로만 보지 말고 평신도(장로) 중심, 사회 중심으로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원중앙교회 고명진 목사는 "장로는 성도와 교회 공동체를 섬기는 하나님의 일꾼이다. 군림하지 말아야 한다. 본이 되는 인격과 삶으로 겸손히 돕고 보살펴야 한다. 장로가 죽어야 교회와 사역이 빛나고 주님께서 영광 받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신광수 사무총장은 "장로가 목사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교회 장로는 모름지기 겸손하고 낮은 자의 자세로 모범이 돼야 한다. 교인을 보살피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정성진 은퇴목사는 "목사가 개척한 교회는 목사의 크기만큼 성장하고, 청빙 받은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는 장로의 인격만큼 성장한다. 장로의 헌신으로 성장한 한국교회가 장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장로는 목양의 동역자다. 목사는 좋은 장로를 만나는 것이 목회의 행복이고, 장로는 목사를 잘 만나는 것이 신앙이 승리"라고 말했다.

원당왕성교회 이수봉 목사는 "한국교회 장로 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스맨'이고, 하나는 '야당'이다. 예스맨은 당회장을 하나님처럼 받든다는 점에서, 야당은 장로의 권위의식으로 목사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고린도전서 12장을 보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유기적 공동체로서 가치는 동등하고, 역할은 서로 존중하는 것이 맞다. 신앙적으로 헌신하는 장로도 많다. 직장에서 신우회를 이끌고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목사와 장로 간 갈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회에서 빚어지는 문제, 특히 목사와 장로 간 긴장과 반목을 이야기는 답변자들이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김모 목사는 "당회에서 장로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아무래도 장로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갈등이 심각해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 목사는 "장로와의 관계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 목사로서 왠지 서글프다. 목사는 '가르치는 장로'다. 그런데 목사와 장로 관계가 썩 좋지 않은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60대 장로는 장로의 역할, 기능 등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성령세례를 받고 장로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장로가 있어 문제"라며 "교회가 헌금을 많이 하는 장로를 뽑다 보니 영 아닌 장로가 있다. 성경을 읽지 않아 이사야서의 약자가 '사'인데 이를 사도행전이라 읽는 장로를 봤다. 장로가 된 뒤 교만해져 어깨에 힘주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꽤 있다. 기도를 시키면 할 줄 몰라 얼굴이 발개지고 기도 순서를 피하는 수준 미달의 장로도 있다"고 했다.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강조한 이모 목사는 "(장로가) 은퇴목사 후임으로 지목한 목사 대신 뒷돈을 받고 다른 목사로 전격 교체한 사건이 모 교회에서 있었다. 교회에서 떡값이 오간 셈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회가 더 많다는 것을 잘 안다. 언제나 그렇듯 몇몇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장로직이 교회 내 직분으로 고착화되거나 관료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우복 러시아 선교사는 한국교회 장로들이 지나친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교사는 "장로들이 불필요하게 목사를 견제하거나 마치 감독관처럼 활동한다. 이는 교회분쟁의 원인이 된다. 교권과 금권, 명예욕으로 발전하면 교회성장에 암적 존재가 된다. 한국교회가 올곧게 성장하려면 장로가 바로 서야 한다. 장로가 살아야 교회와 나라가 산다"고 강조했다.

이레교회 김종욱 목사는 "장로들이 교회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무조건 목사의 말에 순응하는 게 아니라 때론 견제하고 건강한 목회, 건강한 교회를 이루는데 함께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사와 장로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 놓지 않는 것도 갈등 요인이다. 

목사가 장로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거나, 장로와 목사가 서로의 이득을 위해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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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홍준 목사가 국제목양사역원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장로,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란 주제로 강연하며 목사와 장로 간의 다툼을 소싸움에 비유하고 있다. 

 

'당회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 저자 황규학 에큐메니칼연구소 연구위원은 "분열된 교회나 분쟁 중인 교회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핵심에는 보편성과 객관성이 상실된 밀실 당회가 존재하거나, 상식적이지 못한 기형적인 당회 구조가 자리 잡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황 위원은 "기형적 당회 구조와 밀실 당회는 결국 부패와 함께 영적 타락과 결탁, 교회를 분열시키고 파국으로 내모는 수순을 밟는다"고 했다.

대안으로 장로 임기제, 장로 신임투표제 의견이 나왔고 시행하는 교회도 점차 늘고 있다. 

장로 선출 시 장로의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예드림교회 박기성 목사는 "성경은 장로의 시무 기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면서 "장로의 임기나 신임을 논하기보다 장로는 어떤 직분인가, 어떻게 봉사하는가 등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출 때 장로 자격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원천교회 박창우 선임장로는 "우리 교회 당회는 다수결 결의가 거의 없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양보를 끌어내고 의견이 팽팽하면 결정을 유보하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박 장로는 "당회원들이 중보기도회를 갖고 나라와 교회, 교역자, 선교, 환우 등을 위해 기도한다. 장로가 교인을 '갑'으로 알고 자신은 '을'로 여겨 '섬기는 종'이 될 때 존중받고 교회질서가 유지되고 평안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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