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에 대한 기본 예의 지키되 기독교인 본분 넘지않는 지혜 필요

불교예법 좇은 것 놓고 해석 분분, 합장 거부한 황교안 전 총리도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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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서울의 한 종교행사에서 합장하고 있는 모습.

 

두 손바닥을 마주 합하는 합장(合掌)은 석가모니를 향한 마음이 한결같음을 나타내는 불교 예법입니다. 

불자가 아니라면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종교 행위죠.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월주스님 영결식에 참석한 대선 후보들이 하나같이 합장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전국의 주요 사찰을 앞다퉈 방문해 불교식 예를 표하고 있죠. 

이들 중엔 장로나 안수집사 같은 중직자들이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사찰을 찾은 정치인이 모든 종류의 불교식 예법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죠.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입니다. 

황 전 총리는 2019년 자유한국당 대표 자격으로 석가탄신일에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았을 때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 순서자로 호명되자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뿐 아니라 합장과 불상에 허리를 숙이는 반배 의식 등 모든 불교 예법을 하지 않았죠. 

불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결국 보름 만에 공식 사과했습니다. 

황 전 총리는 사법연수원 시절 수도침례신학교 야간과정을 수료한 전도사입니다. 

부임하는 검찰청마다 신우회를 조직하기도 했죠.

이처럼 기독 정치인들의 상반된 모습을 볼 때면 교인들의 마음은 혼란스럽습니다. 

자신의 신앙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교회에서 봉사하며 때때로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축사하던 기독 정치인들입니다. 

몇몇 대선후보는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 습득한 완벽한 '교회 용어'를 구사하며 기독교인들에게 심정적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이 사찰에서 합장하는 모습을 마주하는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정치인들이란 본래 그런 법"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합장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종교적 의미가 담긴 불교 예법이기 때문이죠.

반대로 황 전 총리를 두고도 기독교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그토록 격렬하게 거부할 거면 사찰에 왜 갔으며, 결국 사과할 거라면 왜 그렇게 거부했냐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두 다 맞는 말입니다.

정치인의 정치적 행위로 이해하면 되는 걸까요. 

포용이 덕목인 정치 영역에서 당연한 일일까요. 

혼란스러움은 기독교인들이 알아서 감내해야 하는 걸까요. 답을 찾는 게 쉽질 않습니다.

박종순 서울 충신교회 원로목사에게 28일 기독 정치인의 바른 자세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 목사는 "정치인의 능력과 성품, 정책을 보고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것이지 종교적 동질감은 큰 관계가 없다"며 "기독 정치인이 다른 종교를 방문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만 방문했다면 예를 다 갖추라"고 주문했습니다. 

해당 종교의 예법을 지키라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처신하라는 당부였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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