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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곤(안양석수교회) 목사는 한 달에 두 번 이 날을 기다린다. 
동료 목회자끼리 모이는 ‘셀모임’이다. 

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되는 모임엔 김인중(안산동산교회) 목사를 비롯해 50대 목회자 10명이 나온다. 

셀모임에서는 서로를 형제로 부를 만큼 친밀하다. 

자신의 고민이나 문제도 터놓고 얘기한다. 

얼마 전 ‘큰형’ 김인중 목사는 “부부관계를 잘못하면 딴짓하기 쉽다. (목사) 혼자 있지 말라”하며 충고했다.

셀모임에서는 주로 목회의 어려움이나 개인 고민, 기도제목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김찬곤 목사는 “자기고백과 우정 어린 만남을 통해 힘을 얻는다”며 “동료 목사들과 만나 자존감을 되찾고 목회 본질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큰숲형제’로 불리는 셀모임은 7년 전 시작돼 매주 모이다 최근엔 2주마다 만나고 있다. 
13일 교계에 따르면 목회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회합을 갖고 있다. 

동문 모임부터 초교파적 회의와 포럼, 신학 연구를 위한 스터디나 세미나·독서클럽, 특정 이슈를 지향하는 모임 등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비교적 친밀한 관계의 목회자들끼리 모여 바른 목회를 추구하는 모임이 최근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목회적 지지와 정보 공유

김석년(서초교회) 목사와 최일도(다일공동체) 목사는 20년 지기 친구 사이다. 
이들은 5년 전 ‘다컴(come)’ 모임을 결성했다. 

여기엔 강기호(분당드림교회), 곽수광(푸른나무교회) 목사 등과 함께 초교파 목회자들이 모인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이들은 우정을 나누는 편이다. 

힘겨운 목회현장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최근의 목회 트렌드 등 정보도 공유한다. 

김석년 목사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목사에게 우정은 서로 돕고 지지하는 관계”라며 “우정은 ‘임마누엘’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목회하는 최모(50) 목사도 “친한 목사들끼리 모이게 되더라”며 “특정 조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목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학부(신학교) 출신 선후배 모임을 선호한다. 

그래야 스스럼없이 대화가 가능하며 문제에 대한 진단이나 충고도 쉽기 때문이다. 

모임이 발전하면 회원 내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거나 선교사 후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는 “최근 모임에서는 30년 목회를 마무리한 어느 목회자의 말을 공유했다”며 “‘개척교회는 일꾼이 없어 힘들고, 부임한 교회는 일꾼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목회자 사이에 우정이나 친밀함은 중요하지만 자칫 세를 불리거나 이익 집단화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며 “모임의 목적이 뚜렷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유기성(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목회자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인용했다. 

“개척한 지 오래되었지만 교인이 다 떠나간 교회의 담임목사, 늦은 나이에 교회를 개척한 목사, 청년부를 부흥시켜야 할 책임을 맡고 이제 막 부임한 부목사, 열정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목사 옆에서 함께 동역해야 하는 목사, 부흥을 일으킨 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한 목사 등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힘든 목회자들만 모였는지 탄식이 나왔습니다. 
이 중에 누가 제일 어려울까요? 
가장 어려움에 처한 목사는 주 예수님과 동행하지 못하는 목회자입니다. 
주 예수님과 동행한다면 어떤 여건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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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목회를 위해 모인다

목회자들은 왜 이처럼 모이는 걸까. 

김찬곤 목사는 “바쁜 사역 속에서도 목회자들은 자기고백을 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다”며 “고백이 가능한 모임, 이익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깊이 있는 만남이 필요해서 모인다”고 했다. 

김석년 목사는 목회자 모임에 세 가지 장점이 있다고 꼽았다. 

“첫째는 목회 현장에서 지쳐 있는 서로를 위로한다는 것이며, 둘째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모임을 통해 목회자로서 자세를 바로잡고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목회자에게 홀로 있는 시간은 죄악일까. 그렇지는 않다. 

김 목사는 “하나님 앞에 홀로 있는 시간은 당연히 필요하다. 
말씀 앞에 자신을 성찰하고 교회 사역을 객관화할 수 있는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동료 목사들과 함께 터놓고 얘기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동료 목사들을 통해 목회 전반에 대해 점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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