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사랑한다1.JPG

아이들을 위해 우는 이들. 

무고한 희생을 슬퍼하는 이들이 길게 줄 서고 있다. 

경기도 안산 공식 분향소를 비롯해 전국 17개 광역 시·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또래 자녀를 둔 어머니, 아버지들은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꽃잎 같은 얼굴과 내 아이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분향소에 가지 않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무사히 귀가한 아들을 거실에 세운다. 

“한번 안아 보자.” 딸을 끌어안는다. 

“고맙다.” 문득 아이들을 대한 태도를 돌아본다. 

그동안 대화는 없고 ‘감시’만 있었던 것 같다. 

“학원 다녀왔니?” “숙제 다 했어?” “시험은 언제야?” 세월호가 침몰하는 긴박한 순간, 신모군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고. 
다행히 신군은 구조됐다.

이제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자. 
눈 맞추고 얘기 나누자. 

처음엔 어색하지만 하다보면 익숙해진다고, 행복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부노동 감시자’는 아닌가

지난 주말 아이들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있던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았던 유모(42·여)씨.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그 아이들에게 미안하더라고요. 

분향을 하고 나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네요.” 고2, 중2 아들과 네 살 늦둥이 딸을 둔 그는 아이들에게 하던 ‘잔소리’를 줄였다. 

“아이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건데, 제가 그동안 ‘공부하라’고 애들을 너무 닦달했던 것 같아요.”

이한민(50·성도교회) 안수집사 역시 딸(16)에게 성적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있다. 

“머리로는 하나님이 부르신 대로 헌신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그러지 못했어요.”

 이 집사는 며칠 전 딸에게 ‘내 토끼 새끼, 점심 먹었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문자를 보냈다. 
“아이가 살아 있어 고맙다고 말하는 것조차 아이 잃은 분들에겐 미안하네요. 

위로 받기조차 힘들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저는 하나님이 주신 자녀의 귀함을 다시 한번 묵상하게 됐어요.” 

그의 딸은 ‘뭐야? 갑자기. 설교 테이프를 들은 거야’라고 답장했다.
실제로 평범한 청소년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성적’이다.

 2012년 한 청소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두 명 중 한 명꼴로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35.5%)였다. 

가족 불화(20.1%)가 뒤를 이었다. 언어학자 정도상씨는 저서 ‘엄마로 돌아가라’에서 “한국의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공부를 감시하는 ‘공부노동 감시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학대하지 말고 ‘엄마’로서 아이를 사랑하고, 자녀의 발달에 맞게 가르치라”고 조언했다.


건강한 가족은 경청하고 공감 

많은 부모는 ‘공부’ 외 자녀와 할 얘기가 없다고 푸념한다.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아 이야깃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현이 섬세하지 않다. 

아이에게 상처 주기 십상이다. 
평소 자녀와 타인을 위한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8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이연욱(42·여) 집사의 생각은 이랬다. 
“주변 엄마들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번 사고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결국 부(富)를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온 우리 모두의 잘못 아니겠냐고. 

아이들한테 경쟁에서 이기라고 할 게 아니라 이웃과 나누고 남에게 베푸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공부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홍문수 신반포교회 목사는 매년 학부모 훈련 세미나에서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 22:37∼40)는 말씀처럼 인성의 요체는 자신과 이웃 사랑, 나아가 민족과 인류 사랑”이라고 강의한다.

자녀와 대화할 때는 비난이나 모욕, 비판을 삼가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는 시키지 않아도 공부한다는 데 넌 틈만 나면 TV 앞에 앉고 그게 뭐니?” 자녀에게 자주 쓰는 화법이다. 이윤정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인증지도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모욕, 비난하는 말은 청소년기 자녀의 반발심만 더 키운다”며 “부모가 관찰한 상황에 대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매일 한 차례 이상 “사랑한다” 

자녀는 때로 인생의 십자가로 느껴지지만 우리에게 분명 큰 기쁨을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미 기독교 상담심리학자 데이비드 클락은 “부모의 첫 번째 의무는 자녀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수정처럼 투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매일 하루에 최소 한 차례 이상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제안한다. 

사랑 받는다는 확신을 가진 아이들은 어딜 가나 밝고 자신감 넘친다고 했다. 
사랑의 방식은 자녀의 특성과 나이에 맞춰야 한다. 

자녀 양육 세미나를 인도하는 임완철(44) 성서유니온선교회 남서울지부 총무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외부의 침입을 싫어한다”며 “1주일에 한 차례 기도모임이나 가정예배 시간을 정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자녀가 사춘기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격동하는 시기라면 부모는 신체적·사회적 쇠퇴를 겪으며 ‘사추기(思秋期)’를 겪는다. 

서로 여러 가지 격변을 겪기 때문에 소통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중학생 이상 되면 ‘대화의 통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매주 기도모임에서 한 가지씩 감사한 일을 얘기하고 기도 제목을 나눠요. 
유아기 땐 베이비 마사지와 축복기도, 학령기 땐 독서와 성경 묵상을 많이 시켰고요.” 

유년기에는 스킨십, 학령기에는 자율학습과 영성훈련, 청소년기에는 자녀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임 총무의 설명이다. 

그의 아내 유미순(43·빛과소금교회) 사모는 또 다른 관점에서 명쾌하게 말했다. 
“세월호 사건을 보더라도 ‘과정’이 중요하잖아요. 

공부도 과정을 격려하는 게 필요합니다.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행복이요? 하나님 나라 일 하면서 사는 거죠.”

고맙다사랑한다2.jpg
▲청소년 가정의 달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한국교계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