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동체를 벗어나는 ‘탈교회인’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이들을 ‘가나안 성도’라고 불렀다. 요즘은 탈교회인이란 말이 더 널리 쓰이는 듯하다. 가나안 성도란 말이 개인적이고 임시적인 의미가 있다면 탈교회인은 집단적 정체성이란 인상을 풍긴다. 코로나 기간 교회에 회의를 품었던 이들이 공동체를 떠나는 일이 빈번하면서 걷잡기 힘든 하나의 흐름을 형성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교회를 떠난 8명의 인터뷰집이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그동안 여러 연구자가 탈교회 현상을 연구해 논문과 책을 냈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경우는 별로 없었다”며 “교회를 떠나는 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책에는 모태신앙인이었다 교회를 떠난 사람부터 담임 목회를 하다 무신론자가 된 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몇 사람 얘기를 살펴보자. 50대 기혼 남성인 정근석(이하 가명)은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가정에서 자라 장로교단 소속 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했지만 언젠가부터 성경 속 사건을 회의하게 됐고 마지막엔 사도신경 중 어느 부분도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교회를 완전히 떠나게 됐다.
 


목사의 아내인 30대 조민선은 워킹맘이다. 교회에 몸담고 있지만 교회를 떠나고 싶어한다. 처음 부임한 교회 담임목사가 시실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남 탓을 했다. 그는 “원래도 대도시 대형교회 출신이란 자부심이 강했지만 점점 자신을 하나님과 동일시하더라.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던 담임목사 사모는 어느날 내게 한 시간 동안 전화로 욕을 했다.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면서 실망감이 커졌다. 남편이 목사 그만두고 전직하면 교회에 안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30대 기혼 여성 이은영은 교회를 출석하지 않은 지 2년이 넘는다. 어릴 때부터 여러 차례 남성 교회 리더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대부분 신학교를 거쳐 목사가 됐다. 목회자 딸로 태어난 40대 여성 김선미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교회에 질렸다. 그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회를 떠났다.

교회 분쟁, 성차별, 배타성, 반지성주의 등이 교회를 떠나도록 등을 떠민 주된 이유로 나온다. 책은 140여쪽으로 얇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단 책장을 펼치면 단숨에 읽게 된다. 누군가 교회를 떠난다면 그 이유가 우리 안에게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떠나는 이유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한국교회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를 직시할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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