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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뉴스위크 발행인>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몇 년 전 앨 고어 부통령, 또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탄다고 했을 때는 대부분 노벨상이란게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라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다.
상을 받겠다고 작심한 듯 애걸복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단치도 않은 일을 짜잡기해서 과대 포장한 정치 플레이에 노벨상이 놀아나는 게 아닌가 괜히 점잖은 마음이 뒤틀리기도 했다. ‘노벨 아부상’으로 타락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마틴 루터 킹이나 레흐 바웬사, 테레사 수녀, 데스몬드 투투 주교를 수상자로 뽑아냈을 때는 그래도 노벨위원회가 그냥 거액의 상금이나 쥐고 있는 껍데기가 아니라 지구촌의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란 고귀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류의 염원에 부응하는 게 틀림 없구나라는 찬사를 보낼 수도 있었다.
더구나 넬슨 만델라나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평화상을 수여할 때는 자유와 민주를 위해 비폭력 투쟁으로 평생을 희생해 온 분들에게 정말 인류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상이라고 생각되어 더불어 격려하고 환호하는 마음이었다.
특히 넬슨 만델라에게 평화상이 주어졌을 때 그의 이름 앞에 붙여진 노벨 평화상 수상자란 말은 정신적 영웅을 그리워하던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한때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희망의 수식어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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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의외로 중국에서 나왔다. 필자도 이번에야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이름은 ‘류사오보.’ 중국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다 지금은 감방에 갇혀 있는 이 사람에게 평화상이 결정된 것이다. 만델라 때의 감동 못지않게 노벨위원회가 그냥 허깨비가 아니라는 사실 앞에 흥분이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적 빈곤화, 자원의 고갈, 기후 변화, 테러의 공포, 이슬람과 기독교의 마찰 등으로 지구촌의 일기 예보는 예측 불가능한 궂은 날씨다. 그런 우중충한 세계 환경 가운데 공산주의 국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에게 주는 노벨 평화상. . . 그 말만으로도 우리들의 가슴은 설레이지 않는가?
중국이 좀 살만해 졌다고 경제대국이요 엘리트 국가인 것처럼 이미지 세탁을 하려고 애쓰지만 그 나라는 여전히 종교의 자유를 막아서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다.
마구잡이로 티벳을 집어 삼키고 달라이 라마가 한국을 방문하는 일에서부터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는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시비를 거는 모습을 보면 “에라이, 덩치 값이나 해라, 이것아!” 라며 큰 소리를 질러주고 싶다.
싸구려 상품으로 인류생활의 질을 추락시킨 죄목에서부터 지구촌의 에너지란 모든 에너지는 독식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오만 방자한 중국에게 이번 노벨 평화상은 보기 좋은 잽 정도가 아니라 아마 치명적인 어퍼 컷이라고나 할까?
노벨 평화상은 그렇다 치고 당장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교회 평화상’이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일인당 1000만 스웨덴 크로네. 달러화로 150만 달러라고 한다. 150만 달러를 내걸고 교회 평화상을 준다고 광고하면 어느 교회가 응모할 수 있을까? 꿈같은 얘기지만 만약 노벨위원회를 심사위원으로 빌려다가 가장 평화에 기여한 한인 교회를 뽑아내라고 한다면 아마 노르웨이 말로는 잘 모르겠지만 “오! 마이 갓!”을 외치고 본국으로 도망칠 것이 뻔하다. 안 싸우는 교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님은 분명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는데 그 분을 머리로 하여 지체가 된 오늘날의 교회 가운데 도대체 평화는 어디로 증발되고 반목과 대립, 분열과 송사만이 판을 치게 되었단 말인가?
사실 이 땅에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으로 교회에 등록된 모든 이들은 모두 평화상 후보로 살아가야 한다. 노르웨이에서 주는 평화상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상. . . 주님은 평화를 심는 피스메이커에게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게 되는 엄청난 상을 약속해 주셨음을 명심하자.
류사오보 . . .감옥에 있는 사람조차 평화상 수상자가 되었거늘 넘쳐흐르는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오히려 자유를 절제하고 ‘주님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속박해야 진정 피스메이커가 될 수 있으리라. 
‘교회는 쌈박질 하는 곳’이란 누명만 벗어도 교회 평화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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