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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뉴스위크 발행인>

 

최근 한국의 어느 장관이 자기 딸의 특채 의혹이 불거져서 마침내 낙마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국 청년 실업률이 100 만이라는데 기를 쓰고 대학을 나와 봤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전전하는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대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빽 없고 돈 없으면 이민 가서 사는 게 휠 마음 편하다는 말이 있다. 필자도 그 말이 진짜라고 믿어져서 일찌감치 짐 싸가지고 이 땅에 와서 사는 이민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빽 없으면 이민 가라던 한국의 사회 현실은 70년대나 지금이나 개선은 고사하고 그대로 재탕되고 있어 G20 정상회담을 유치하는 그럴 듯한 나라가 되었다고 온갖 미사여구가 난무하지만 사실 그럴까?  
교회에서 사람은 뽑아 쓰는 관례는 어떤가? 공의로우신 하나님이 지배하는 사회니까 빽 없고 줄 없어도 신실함과 진정성이 있을 경우 때가 되면 출세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늘 충만한가? 좋은 신학교 나오고 괜찮은 지도자 밑에서 어느 정도 훈련을 쌓고 나면 쭉쭉 빵빵 출세의 고속도로를 달려갈 수 있는가?
출세란 말이 교회에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책망할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속이지는 말자. 출세라는 말이 세속적으로 느껴진다 해도 분명 교회에서도 출세란 말에 해당하는 점잖은 욕망이 히든카드처럼 포장되어 숨어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대형 교회 담임목사로 잘 뻗어가는 목사의 뒤에는 언제나 총회장, 감독, 혹은 무슨 이사장, 총장 등 튼튼한 빽을 가진 아버님이나 장인어른이 버티고 있다. 그냥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 실력을 키워 교회의 지도자, 혹은 ‘출세 목사’가 되겠다고 작심하고 노력해 보았자 그건 어림없는 헛수고인 경우가 많다.  
한국 교회엔 연합기관이 많다. 연합하여 교계 일을 도모하겠다고 애시 당초 건강하게 출발한 기관들이지만 사실 이런 연합기관에 발붙이는 것도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아 자리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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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이나 주관식 시험을 쳐서 분명하게 들어나는 성적순으로 짤라 사람을 뽑는다면 몰라도 대부분의 선발과정은 면접과 서류전형이다. 서류전형?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서류를 심사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그 사람의 실력은 총천연색 천차만별 결과를 가져온다. 
연합기관 대표를 뽑는 사람들은 대개 각 교단에서 파송되는 이사들이다. 이사가 되면 요직을 뽑는데 영향력은 물론이고 여기 저기 자기 사람이나 친척을 꽂아 넣을 수 있는 특채의 꿀맛을 즐길 수 있는 자리이니 사실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기막힌 자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사하겠다도 달려드는 목사님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이들은 대개 하나님 나라와 한국교계의 미래를 내다보는 청사진 보다는 자신의 실속이나 차리려고 항상 표정 관리를 하면서 뱃속에 황구렁이 몇 마리씩을 담고 사는 경우가 허다한 듯 보인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그런 줄도 모르고 한번은 한창 늦은 나이에 한국의 연합기관에서 일 해보겠다고 도전했다가 망신만 당하고 퇴장한 경험이 있다.
어디 연합기관 뿐이겠는가? 교회, 신학교, 심지어 구제기관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뽑는 일에 위임받은 사람들의 부끄러운 암거래는 모르는 듯 널리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주 돌아가신 옥한흠 목사님은 배짱 좋게 툭하면 “목사님들부터 회개하세요!”라고 외친분이라고 한다. 만약 옥 목사님이 자신의 아들을 목회자로 훈련시킨 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물려주듯 후계자로 세웠다면 다 들 “너나 잘하세요?” 라고 콧방귀를 뀌면서 비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은 한국 대형교회들이 그렇게 사랑하고 흠모하는 목회자 세습 서클을 반대하고 아름다운 리더십 트랜지션의 모범을 보이지 않았는가? 회개하라는 그 분의 충언이 먹혀 들어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아쉽게도 이제 그 분은 우리 곁을 떠나 가셨다.
옥 목사님의 말씀대로 목사들부터 회개할 것이 많다. 특별히 담임목사 직함 빼고 연합 기관직함을 가지고 분주해지는 목사님들은 아마도 회개할 일이 곱빼기는 되지 않을까? 왜 곱빼기인지를 당사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특채. . . 얼마나 설레이는 말인가?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우러러 보는 그 눈부신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그러나 교회마저 더 높아지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탐욕과 거리낌 없이 야합하면서 사람 뽑는 일에서부터 세상과 구별됨이 없다면 그대는 너무 속물스럽지 않은가? 주님의 거룩한 공동체여 . . . 
이제 교계에서도 사람을 뽑을 때는 그깟 서류전형 대신 성경 66권 필사노트, 면접대신 성경 암송실력으로 진검승부를 가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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